엄기홍·이예린·서대원은 1992년 제14대부터 2024년 제22대까지 한국 국회의원선거 지역구 후보자의 선거벽보 사진과 선거 결과를 결합해 후보자 얼굴 구조가 선거 성과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후보자 외모를 하나의 통합된 인상으로 다루지 않고, 매력과 호감의 단서로 해석할 수 있는 안면 대칭성과 남성성·강인함·지배성의 단서로 해석할 수 있는 안면 너비-높이 비율, 즉 fWHR을 구분했다. 분석 결과 fWHR은 득표율과 당선 여부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관계를 보였지만, 안면 대칭성은 두 결과에서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얼굴 단서의 영향은 후보자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당 단서가 상대적으로 약한 조건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조건부 얼굴정치 환경을 ‘Faciocracy’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선거에서 유권자는 정당, 정책, 지역 기반, 후보자의 경력과 현직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다. 그러나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책과 이력, 의정 능력을 충분히 파악한 상태에서 투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자의 인지도가 낮거나 정치적 경험이 제한적일 경우, 유권자는 선거벽보의 사진과 표정, 얼굴 인상과 같은 시각적 단서를 활용할 수 있다. 얼굴은 복잡한 정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 휴리스틱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후보자의 얼굴이 실제 선거 결과와 관련되는지에 그치지 않고, 얼굴의 어떤 구조적 특징이 보다 일관되게 선거 성과와 연결되는지를 검증했다.
기존 연구는 후보자의 얼굴만 보고 형성된 유능함, 매력, 호감, 강인함 등의 인상이 실제 선거 결과와 관련될 수 있다고 제시해 왔다. 그러나 상당수 연구는 응답자가 사진을 보고 평가한 주관적 인상에 의존했기 때문에, 얼굴의 어떤 물리적 구조가 어떤 판단 경로를 통해 선거 결과와 연결되는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연구는 안면 대칭성과 fWHR을 분리해 측정함으로써 매력 경로와 지배성 경로를 비교했다. 대칭성은 얼굴의 좌우 구조가 얼마나 균형을 이루는지를 나타내며, 매력, 호감, 따뜻함, 관계적 안정감의 단서로 설정됐다. fWHR은 좌우 광대 사이의 얼굴 너비를 미간에서 윗입술 상단까지의 상안면 높이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상대적으로 얼굴이 넓고 상안면이 짧은 형태를 뜻한다. 연구진은 이를 강인함, 자신감, 남성성, 지배성의 구조적 단서로 보았다.
분석 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 선전물과 선거통계 자료를 기초로 구축됐다. 연구진은 모두 1만3568건의 선거벽보를 수집하고 자동 추출 절차를 통해 1만3311건의 후보자 얼굴 이미지를 확보했다. 이후 얼굴 검출 실패, 후보자 정보 결합 실패, 비정면 사진, 광대 측정의 비대칭성이 큰 사진 등을 제외해 최종적으로 4416명의 정제된 후보자 이미지 표본을 구성했다. 주요 회귀분석에는 2450개의 관측치가 사용됐다. 얼굴 이미지는 300DPI로 변환한 뒤 MediaPipe Face Mesh를 활용해 얼굴 영역과 안면 랜드마크를 탐지했다. 한 벽보에서 여러 얼굴이 발견되면 검출 신뢰도와 얼굴 경계 면적을 결합한 값이 가장 큰 얼굴을 후보자 본인으로 선택했다. 선택된 얼굴은 여백을 두고 잘라낸 뒤 양안의 위치를 기준으로 기울기를 보정하고 512×512 화소로 정규화했다.
사진의 촬영 각도와 얼굴 자세가 측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제 절차도 적용했다. 연구진은 좌우 회전각과 상하 회전각을 추정해 두 각도가 모두 10도 미만인 얼굴만 정면에 가까운 사진으로 포함했다. 또한 좌우 광대 지점이 서로 다른 해부학적 높이에 놓이면 얼굴 너비가 대각선으로 측정돼 fWHR이 과대 추정될 수 있다고 보고, 좌우 광대와 얼굴 정중앙선 사이 거리의 비대칭 지수가 0.15 이상인 사례를 제외했다. 대칭성은 콧대 상단과 턱끝을 연결한 정중앙선을 기준으로 광대, 눈꼬리, 눈머리, 눈썹, 입꼬리, 콧방울, 하악과 얼굴 윤곽 등 좌우 대응 랜드마크 10쌍의 거리 차이를 계산해 측정했다. 실제 분석에서는 값이 클수록 대칭성이 높도록 방향을 조정했다.
종속변수는 득표율과 당선 여부이다. 득표율은 후보자가 얻은 득표수를 해당 지역구 총유효투표수로 나눈 비율이며, 당선 여부는 당선자를 1, 낙선자를 0으로 코딩했다. 통제변수에는 성별, 현직 국회의원 여부, 국회의원 경험 여부, 정당 계열이 포함됐다. 정당은 보수계열 정당을 기준으로 진보계열 정당과 기타 정당·무소속으로 구분했다. 분석은 동일 선거 시점의 동일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비교하는 경합 고정효과 모형을 기본으로 했다. 이는 서로 다른 지역이나 선거 시점의 후보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표장에서 경쟁한 후보자 사이의 얼굴 구조 차이가 상대적 선거 성과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설계다.
핵심 결과는 대칭성에 기반한 매력 가설보다 fWHR에 기반한 지배성 가설을 지지했다. 득표율 최종 모형에서 fWHR의 계수는 23.830으로 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이는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fWHR이 0.1 증가하면 득표율이 약 2.4%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관계를 뜻한다. 반면 대칭성의 계수는 -4.819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당선 여부 최종 모형에서도 fWHR의 계수는 2.450으로 1% 수준에서 유의했지만, 대칭성은 유의하지 않았다. fWHR이 0.1 증가하면 당선 오즈는 약 28%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얼굴 지표가 득표율과 당선 여부 모두에서 동일한 방향의 관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fWHR과 선거 성과의 관계가 비교적 일관된다고 평가했다.
통제변수 분석에서는 현직 여부와 국회의원 경험이 선거 성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득표율 모형에서 현직자의 계수는 4.508, 국회의원 경험자의 계수는 13.095로 각각 유의한 정적 관계를 보였다. 기타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는 보수계열 정당 후보보다 득표율과 당선 가능성에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후보는 득표율 모형에서 남성 후보보다 낮은 성과를 보였지만, 당선 여부 모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얼굴 구조 외에도 정당 자원, 현직 효과, 정치 경험이 선거 결과를 강하게 조건짓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추가 분석은 얼굴 단서가 모든 정치 환경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정 정당의 우위가 강한 대구에서는 fWHR이 득표율과 당선 여부 모두에서 유의하지 않았고, 정당 변수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반면 정당 경쟁이 상대적으로 균형적인 서울에서는 fWHR이 득표율과 유의한 정적 관계를 보였다. 서울에서 fWHR의 계수는 14.807로, fWHR이 0.1 증가할 때 득표율이 약 1.5%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관계에 해당한다. 다만 서울의 당선 여부 모형에서는 fWHR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결과는 득표율에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
후보자 정보 수준에 따른 분석에서도 조건부 관계가 확인됐다. 비현직 후보의 fWHR은 득표율과 당선 여부 모두에서 유의한 정적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현직 여부와 fWHR의 상호작용 계수는 득표율 모형에서 음의 방향으로 유의했다. 이는 현직 후보에게서는 fWHR과 득표율의 관계가 비현직 후보보다 약하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경험 여부에 따른 분석에서도 경험이 없는 후보의 fWHR은 득표율과 당선 여부에 유의한 정적 관계를 보였지만, 정치 경험이 있는 후보에게서는 그 관계가 감소했다. 현직 후보나 국회의원 경험자는 의정활동, 인지도, 조직, 지역 기반과 같은 정보가 이미 제공되므로 얼굴 단서가 추가로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면 대칭성은 기본 분석뿐 아니라 지역과 후보자 정보 수준을 고려한 추가 분석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 선거에서 매력이나 호감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연구가 직접 측정한 것은 매력 전체가 아니라 안면 대칭성이라는 하나의 구조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실제로 후보자에게 느낀 매력, 호감, 신뢰감, 따뜻함을 직접 측정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칭성의 비유의성은 대칭성이라는 특정 구조적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Faciocracy라는 탐색적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후보자의 얼굴 외양이 정당, 지역, 현직 여부, 정치 경험과 같은 전통적 정치 정보와 함께 선거 결과와 일정한 관련성을 보이는 환경을 뜻한다. 다만 연구진은 한국 국회의원선거 전체를 얼굴이 지배하는 체제로 규정하지 않는다. 정당과 지역주의 같은 강한 정치 정보가 존재하면 얼굴 단서의 영향은 약해지고,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일 때 시각적 단서의 한계효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Faciocracy는 얼굴이 정당과 정책을 대체한다는 개념이라기보다, 정치 정보가 불충분한 조건에서 얼굴이 보조적 판단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분석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관찰 자료에 기초한 분석이므로 후보자의 얼굴 구조가 유권자의 투표를 직접 변화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정당의 후보자 선발, 후보자의 이미지 관리, 사회경제적 배경, 선거운동 자원과 같은 관찰되지 않은 요인이 얼굴 구조와 선거 결과에 동시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선거벽보 사진은 후보자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이미지라는 장점이 있지만, 표정, 조명, 보정, 촬영 각도, 자세의 영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셋째, 연구진은 얼굴의 구조적 지표를 측정했지만 유권자가 이를 실제로 매력, 유능함, 지배성 또는 위협성으로 인식했는지는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표본 구성에서도 제한이 확인됐다. 최종 분석 표본에 포함된 후보와 제외된 후보 사이에는 득표율, 당선 여부, 현직 여부, 정치 경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최종 표본의 여성 후보 비율은 9.17%로 제외 집단의 6.84%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절대적 차이가 제한적이어서 전체 분석의 실질적 해석을 바꿀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지만, 성별에 따라 얼굴 검출이나 정제 표본 포함 가능성이 달라졌는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fWHR의 의미를 긍정적 리더십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넓은 얼굴 구조는 강인함, 자신감, 경쟁성, 지배성의 단서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동시에 공격성, 위협성, 낮은 정직성 또는 통제하기 어려운 독립성의 신호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연구가 발견한 것은 지배성이 언제나 유권자에게 선호된다는 명제가 아니라, fWHR이라는 구조적 지표와 선거 결과 사이에 일정한 통계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한국 선거에서 후보자의 얼굴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선거 결과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fWHR은 득표율과 당선 여부에서 일관된 정적 관계를 보였지만, 그 관계는 정당과 지역주의의 영향이 강한 환경에서는 약해지고 후보자 정보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커졌다. 반면 안면 대칭성은 분석 전반에서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한국 선거에서 얼굴 단서가 작동할 경우, 단순한 매력보다 강인함과 지배성의 시각적 단서에 가까울 가능성을 시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후보자 얼굴을 실험적으로 조작하고 유권자의 매력, 유능함, 지배성, 위협성 평가를 함께 측정해 얼굴 구조가 정치적 인상과 투표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직접 검증해야 한다. 실제 선거 자료와 유권자 인식조사, 정당 공천 과정과 후보자 이미지 전략을 결합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Faciocracy의 의미 역시 얼굴이 정치적 선택을 지배한다는 데 있지 않고, 전통적인 정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조건에서 후보자의 외양이 보조적 휴리스틱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데 있다.
📄 논문: 한국정치학회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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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얼굴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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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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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2024년 국회의원선거 분석…안면 대칭성보다 fWHR이 득표율과 당선 여부에 더 일관된 관계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