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교육부는 2025년 11월 4일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940건, 408억 원 규모의 부적정 집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조 7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지방대학 재정지원 사업으로, 오는 2025년부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전환될 예정이다.
RIS 사업은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지자체·산업체와 협력하여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년간 9개 플랫폼, 14개 비수도권 지자체가 참여했고, 총 1조 7,032억 원(국비 1조 1,840억 원, 지방비 5,192억 원)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이번 실태 점검에서는 구조적인 관리 부실과 반복된 부정 집행이 확인됐다.
첫 번째로 연구비 집행 부적정 사례가 421건(8.4억 원) 적발됐다. 연구자가 허위 청구 후 페이백을 받거나, 연구비로 개인 물품(스마트폰, 상품권 등)을 구매한 경우가 다수였으며, 출장비·회의비의 방만한 사용도 확인됐다. 예컨대, 모 교수는 교내 입점 상점에서 아이폰과 발마사지기를 구매하거나, 사업 종료 후에도 적립금을 이용해 생활물품을 구매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 중 7개 사례는 수사기관에 이첩되었으며, 총 7.9억 원 환수 조치가 내려졌다.
두 번째로 입찰담합과 계약절차 위반 사례는 339건, 381.4억 원 규모로 드러났다. 가족 업체 간 입찰 담합, 쪼개기 수의계약, 입찰 조건 무단 변경, 계약 페널티 미부과 등의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한 사례에서는 대표자가 서로 가족관계인 업체들이 37건의 입찰에 번갈아 낙찰되었으며, 동일 서식, 동일 팩스 번호 등을 사용해 사실상 단일 업체처럼 운영된 정황이 포착됐다. 정부는 이 중 3개 사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의뢰했다.
예산관리 부적정 사례는 총 120건(16.2억 원)이었다. 불필요한 물품의 대량 구매, RIS와 무관한 시설 리모델링 및 전광판 설치, 고가 기념품 대량 구매 등이 주요 지적으로 포함됐다. 예를 들어 A대학교는 RIS 사업비로 도서관 북카페를 조성하고, B대학교는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했다. 또 일부 사업단은 회계 마감일 하루에만 전체 예산의 69%를 집행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4,533만 원의 환수 조치가 내려졌으며, 향후 지자체 주도 예산관리로 전환하는 제도개선이 추진된다.
성과관리 부실도 60건이 적발됐다. 대표적으로 전년도 보고서를 복사해 제출하거나, 사업과 무관한 논문을 성과로 보고한 경우가 있었다. 어떤 교수는 8억 원 규모의 교육사업에서 실질적 성과 없이 교육 횟수만 기록된 3장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가족에게 자문료를 지급해 제작된 동영상 결과물이 활용되지 않고 방치된 경우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불성실 연구자는 과제 수행에서 배제되고, 결과보고서 중복 수급 차단을 위한 시스템도 강화될 예정이다.
점검은 울산·경남, 충북, 전북 3개 플랫폼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들 플랫폼의 총 사업비는 5,244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RISE 체계로의 이행을 앞두고 이들 부정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다층적 감독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역RISE센터 중심으로 월 1회 이상 모니터링, 외부 회계정산, 정밀 현장점검 등 체계가 마련된다. 특히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활용한 실시간 예산 추적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성과평가에 따라 차년도 지자체별 예산 배분 규모를 차등화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대학이 아닌 지자체가 예산 배분 및 과제 선정을 주도하도록 개편된다. 기존의 ‘총괄운영센터’ 중심 체계에서 ‘지역RISE센터(비영리법인)’ 중심 구조로 이관되며, 지자체가 사업기획, 예산배분, 성과평가 등 전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RIS 사업은 지방대학 활성화와 지역정주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설계되었으나, 점검 결과는 제도적 미비와 감독 부재로 인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대학 주도 구조에서의 반복적 부정 집행은 지자체 주도의 ‘RISE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부각시켰다. 향후 RISE 체계는 예산 배분 및 과제 심의 권한을 지방정부가 직접 수행하게 되며, 각종 부정 집행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강화될 전망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구조개편과 관련된 법률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보조금법’과 ‘지방대육성법’의 적용 범위 조정, 제재 강화 조항 신설 등이 검토될 수 있다. RIS 사업의 교훈은 단순한 행정 감사로 끝나지 않고, 지방주도의 교육·산업정책 모델 정립을 위한 기초로 기능해야 할 것이다.
RIS 사업 점검 결과, 940건·408억 원 부정 집행 적발
박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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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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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페이백, 입찰담합, 예산 낭비 등 다수 사례…정부, RISE 전환 앞두고 제도 보완 나서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