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허훈 의원(국민의힘, 양천2)은 2025년 7월 23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채택한 새로운 공항 고도제한 기준이 양천구를 포함한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심각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정교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ICAO의 개정안은 기존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삼아 도시계획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2025년 3월 이사회에서 공항 주변의 장애물 제한표면(Obstacle Limitation Surfaces, OLS) 규정 개정안을 채택했다. 핵심 내용은 기존 단일 구조였던 장애물 제한표면을 ‘금지표면’과 ‘평가표면’으로 이원화하고, 특히 평가표면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항공기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로 이해되나, 개정안이 국토교통부의 법령 개정을 통해 국내에 도입되면 2030년 11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지금까지 고도제한에서 자유로웠던 목동 일대를 포함해 양천구 전역이 새로운 고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허 의원은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은 오랜 기간 항공기 소음과 고도제한으로 불이익을 감내해 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주민들의 재산권과 도시계획 자율성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천구는 서울에서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지역으로, 이미 정비계획을 수립 중인 단지들과 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다수 분포해 있다. 그러나 ICAO 기준 개정이 국내 고도제한 규제 강화로 연결될 경우, 해당 지역의 사업 추진에 치명적인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른바 ‘장애물평가표면’(Obstacle Evaluation Surface, OES)에 포함될 경우, 일정 조건하에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나, 실질적으로는 항공학적 검토, 설계 변경, 전문 컨설팅 등 과도한 행정 절차와 추가 비용이 주민과 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허 의원은 2024년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김포공항 고도제한이 지역 개발에 미치는 부작용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일부 기대되던 ‘규제 완화’ 가능성과는 정반대로, 개정안이 규제 강화와 대상 확대를 병행하는 구조임을 지적하며, 이는 수도권 서남부권에 대한 이중규제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인구 밀도가 높고 재개발 수요가 큰 지역일수록 고도제한이 도시재생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양천구뿐 아니라 영등포구, 마포구, 부천시, 김포시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 사업인가, 설계 검토 등 일련의 과정에서 고도제한에 따른 반복적인 설계 변경이 불가피할 경우, 사업의 경제성은 급격히 저하된다. 결국 이는 민간 투자자 유입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도시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또한 현행 ICAO 기준은 항공기 기종과 이착륙 방식, 주변 도시조직 변화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과거보다 항공기 엔진 소음과 조종 안정성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 표준만을 적용하는 방식은 기술 진보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식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유럽 일부 국가는 신기술을 고려한 ‘적응형 고도제한 기준’을 시범 적용하고 있어, 한국도 현실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책 대응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ICAO는 국제기구이지만 각국은 이를 자국 사정에 맞게 변형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허 의원은 “국토교통부는 국제사회에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고, 국내 도입 시 유연하고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괄적 법제화가 아닌 지역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제도 설계를 주문했다. 이어 “항공안전은 물론 중요하지만, 시민의 재산권과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약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허 의원은 이기재 양천구청장과 함께 서울시장을 방문해 ICAO 기준의 유연한 국내 적용을 건의했으며, 사진으로 공개된 회의 장면에 따르면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지역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ICAO의 고도제한 개정안은 국제기준 변경이라는 외형 아래 도시계획과 시민권 사이의 균형이라는 본질적 과제를 드러냈다. 향후 국토교통부가 이 기준을 국내법에 어떻게 수용할지는 각 지자체의 도시계획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전문가 그룹의 지속적인 의견 개진이 요구된다.
서울시의회와 양천구는 공동 대응 체계를 통해 주민 피해 최소화에 나설 예정이며, 향후 국토부의 고시 개정 과정에서 지방의회 의견 수렴 절차가 공식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도 병행될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항공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변화와 도시 성장, 주민 권리 보장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되고 있다. 입법과 행정이 그 해법을 어떻게 조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ICAO 고도제한 개정, 수도권 재개발에 새로운 제약…서울시의회 “정밀 대응 필요”
육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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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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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인근 고도제한 확대 개정안에 도시계획 차질 우려…허훈 의원 “양천구 재건축 추진력 위축될 것”

출처: 서울특별시의회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