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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일자리 변화, 현장 목소리로 정책을 설계하다

박혜신 기자 | 2025.10.28 | 조회 111

국가AI전략위, IT·방송·법률 직종과 1차 숙의 토론회… 직군별 대응방안 마련 착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2025년 10월 28일 오후 2시, 서울스퀘어 16층 위원회 회의실에서 ‘AI 전환과 일자리 변화 숙의 토론회’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본 토론회는 IT개발자, 방송작가, 변호사 등 AI의 영향권에 있는 직종 종사자들과 고용·AI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AI가 직무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정부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향후 직종별로 총 5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정책요구서를 마련하고 관계 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특정 직종의 일자리 구조에도 중대한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25년 10월 28일, AI 시대 일자리 변화를 주제로 ‘숙의 토론회’를 열고 직종 종사자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정책기획 절차를 시작했다. 이번 1차 회의는 위원회의 숙의형 거버넌스 도입이라는 점에서 기존 전문가 중심 정책 수립과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다.

제1차 숙의 토론회는 직종 간 교차적 이해 형성을 목표로 3개 직종?IT개발자, 방송작가, 변호사?를 선정해 진행됐다. 이는 사전에 진행된 직군별 면담과 정책 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도출된 결과로, 해당 직종들은 AI 기술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로 분류되었다. 실제 회의에는 직종 종사자 18명을 포함하여, AI정책비서관, AI전략위 지원단장, 고용 및 인재인프라 담당자, 일자리 전문가, AI 연구자 등 총 3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14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첫 40분간은 정책 추진 배경과 숙의 토론의 목적 및 방향성을 공유하는 전체 설명이 이루어졌고, 이후 70분 동안 직종별 분리 회의를 통해 현장의 요구와 우려, 제안 사항을 집중적으로 수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특히, 회의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 조성을 중시하여, 사전 설계된 발표 중심 형식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상호작용 중심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토론회의 주요 논의 의제는 세 가지다. 첫째, AI가 직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다. 예컨대 IT개발자는 코딩 자동화와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인해 기초 개발 업무 축소 우려가 제기되었고, 방송작가는 콘텐츠 기획의 AI 대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변호사 집단에서는 AI 기반 판례 검색과 서면 초안 작성 도구의 도입이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만, 법률 해석과 변론 등 비구조화 업무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크다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둘째, 직종별 대응 역량 제고를 위한 준비 과제가 제안되었다. IT 분야에서는 AI 시대에 적합한 재교육과정과 프레임워크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방송작가들은 창의성 중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집필·콘텐츠 전략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률 분야는 AI 법률도구에 대한 실무 교육과 윤리 기준 정립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언급하였다.

셋째, 정부 지원방안과 제도적 과제에 대한 현장 의견도 제시되었다. AI 기술 수용을 전제로 한 직무 전환 정책과 직업 재훈련 체계, 산업별 AI 윤리 가이드라인, 프리랜서·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다뤄졌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보호 차원을 넘어, AI 시대에 적응 가능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장기적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다.

회의를 주재한 임문영 국가AI전략위 상근 부위원장은 “AI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에 있어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직업인 개개인의 삶과 직결된 정책적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단발성 정책 청취를 넘어서 지속적 소통 구조를 만들고, 숙의 결과를 실질적인 고용정책으로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숙의 토론회를 일회성 간담회가 아닌, 제도 설계의 핵심 절차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향후 숙의 토론회는 각 직종별로 5회씩 추가 회의가 이어질 예정이며, 주요 논의 주제로는 AI 도구의 업무 적용 현황, 직업 정체성 변화, 법제도 대응 전략, AI 활용 교육 필요성 등이 포함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토론 결과물은 ‘정책요구서’로 편성되어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장 목소리에 기반한 정책 입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전환과 일자리 변화 숙의 토론회’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AI 정책 구상을 위한 본격적 실험으로 평가된다. 기존 AI 관련 정책이 기술개발 및 산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본 토론회는 직종 종사자들의 실제 경험과 인식을 정책 기초로 삼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환을 의미한다. 향후 회차별 논의가 축적되면, 직종별·산업별 맞춤형 정책 모델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본 숙의 토론회의 성과를 기반으로 AI 기반 직업전환 촉진법, 디지털전환 직업역량강화법 등 입법 추진도 검토 중이다. 특히 직종 간 불균형, 프리랜서 고용 안전망 미비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숙의 과정에서 제기된 현장 의견이 향후 국회 논의와 예산 심의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AI 시대 노동정책의 미래는 이제 기술이 아닌, 시민의 목소리에서 출발하고 있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