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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무기화된 통제로…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에 서다

엄기홍 기자 | 2025.05.12 | 조회 41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통제는 기술패권 유지 수단이자 동맹국 압박의 도구로 작동 중

출처: 국제정치논총

출처: 국제정치논총



2025년 1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퇴임 직전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중 수출통제의 마지막 수순을 밟았다. 이어 트럼프 2기 정부는 수출통제를 유지하면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정책은 AI 반도체라는 첨단 기술을 무기화한 통제로, 글로벌 공급망은 물론 동맹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당 논문은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 발전과 기업 및 주요국의 대응을 분석하며, 수출통제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적과 국제정치적 파장을 조명한다.

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닌,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특히 복잡한 AI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AI 반도체는 그 중심에 있다. 유인태 교수는 본 논문에서 AI 전체가 아닌 AI 반도체라는 구체적 대상으로 연구 범위를 좁히고,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이 이 반도체 공급망에 어떤 국제정치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2019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 AI 반도체 수출통제는 단순한 기술 이전 차단을 넘어섰다. 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이라는 규정을 통해 미국 기술이 간접적으로라도 적용된 외국산 제품까지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2022년 10월 바이든 정부는 초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수출대상 품목뿐 아니라 미국인의 중국 내 반도체 개발 참여까지도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23년, 2025년까지 통제는 정교해졌고, 미국은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통해 국가를 세 등급으로 나눈 글로벌 통제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기술적 우회’를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A800 칩을 개발하여 수출통제를 피해가려 했고, AMD와 인텔도 마찬가지 전략을 취했다. 반면, 이들 기업이 결집한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정부에 과도한 수출통제가 혁신과 시장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중국은 이러한 수출통제를 정면 돌파하기보다 우회 전략으로 대응했다.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한 제3국 패키징 아웃소싱, 회색시장 및 밀수 방식으로 엔비디아 칩을 획득하는 사례는 그 복잡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제 정책은 동맹국들에게도 큰 압박을 가했다. 네덜란드는 ASML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으며, 일본은 자국 핵심 장비업체에 수출통제를 가하면서도 미국과의 공조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했다. 하지만 동맹국 내 기업과 정부 간의 갈등, 주권 문제, 시장 손실에 대한 우려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다.

논문은 수출통제가 기술격차를 벌리는 데 효과적이었는지를 재검토해야 하며, 향후 연구는 다음 다섯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수출통제 정책의 형성과정과 결정요인을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기업의 로비와 압력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셋째, 수출통제의 기술 발전 저지 효과에 대한 실증 검증이 필요하다. 넷째, 국제적 수출통제 조율과 집단적 경제안보 체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처한 외교적 선택지와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미국의 수출통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중요 과제가 된다.

이처럼 AI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최전선에서 작동 중이며, 향후 미국의 통제 정책과 이에 대한 중국 및 동맹국의 대응은 글로벌 기술 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논문: https://doi.org/10.14731/kjir.2025.03.65.1.103
유튜브: https://youtu.be/DPngzV255U4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