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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위성 데이터로 본 북한의 군 단위 경제 격차

육태훈 기자 | 2025.05.28 | 조회 34

현장 접근 없이 경제 활동 수준을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론 제시

출처: 연구방법논총

출처: 연구방법논총

문예찬 연구자(연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는 AI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북한의 군 단위 경제 격차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2025년 봄 「연구방법논총」에 게재되었으며, 야간 조도 및 건물 밀도와 같은 remote sensing 자료를 Google Earth Engine을 통해 수집한 뒤 AI 기반 분석 기법을 적용해 북한 내 지역 간 경제 활동 수준을 추정했다. 이는 기존의 질적·추정 중심 북한 연구를 보완하며, 중앙집중적 자원 배분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는지를 데이터 기반으로 입증한 시도다.

북한은 체제의 폐쇄성과 국제적 고립,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경제 자료의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기존 북한 연구는 주로 탈북민 인터뷰나 제한적 문서에 의존해 왔으며, 지역 간 경제 격차나 정책 효과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본 연구는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북한 내 군 단위 지역의 경제 활동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Google Earth Engine을 활용해 2014~2022년 사이의 북한 전역 183개 군 단위 지역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주요 변수는 야간 조도, 건물 부피, 도시화 수준, 인구 수 등이며, 이를 AI 기반 차원 축소(PCA 및 오토인코더) 기법으로 전처리한 후 K-평균 클러스터링과 머신러닝 회귀분석(Random Forest, XGBoost 등)을 적용해 경제 활동 패턴을 도출했다.

클러스터링 분석 결과, 북한의 군 단위 지역은 경제 활동 수준에 따라 세 가지 군집으로 분류되었다. 주요 도시는 경제 활동이 활발한 군집(cluster 3)에 속했고, 외곽 지역이나 농업 중심지는 경제 활동이 낮은 군집(cluster 1 또는 2)으로 분류되었다. 지도 시각화 결과, 경제 활동이 집중된 지역은 교통 및 산업 기반이 집중된 특정 권역에 밀집된 경향을 보였으며, 자원 및 인프라의 비대칭적 분포가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머신러닝 회귀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인구 수와 건물 밀도가 야간 조도 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밀도가 높고 상업·산업 기반이 밀집된 지역일수록 야간 조도가 높고 경제 활동이 활발함을 의미한다. 반면 도시화 수준은 예측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을 미쳤다. 예측값 분포 분석에서도 야간 조도가 낮은 지역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되었지만, 높은 조도 지역에서는 예측 오차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정량 분석은 북한 경제 내 중앙집중적 구조, 평양 중심주의, 자원 편중 등의 정책이 실제 지역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특히 평양과 같은 중심지는 높은 야간 조도와 인구 밀도를 통해 활발한 경제 활동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정치적·경제적 자원의 집중 현상을 반영한다.

연구는 또한 북한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지방 살림집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분석하였다. 평양 이외 지역의 주거 환경 개선은 경제 자립뿐 아니라 주민 통합 및 체제 안정 전략과도 맞물려 있으며, 이는 북한 사회·경제 연구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정책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AI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이번 연구는 북한 연구에서 정량적 분석이 가능함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현장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에 대해 경제적 불균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향후 북한 정책 분석, 대북지원 전략 수립, 인도적 지원 대상 지역 선정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특히 AI 분석 기법은 북한뿐 아니라 자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정책 연구에도 확장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사회의 경제 지형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https://doi.org/10.21487/jrm.2025.3.10.1.169
유튜브: https://youtu.be/wTn0R560MBI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