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6일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AI와 사회과학’ 세미나에서, 이원재 교수(KAIST 문화기술대학원)는 사회과학자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AI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에서부터 사회과학 방법론의 한계, AI 에이전트 실험 사례까지 폭넓은 시야를 제시하며, ‘예측이 아닌 불확실성의 축소’라는 통계학적 관점이 앞으로의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번 특강은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사회과학기초자료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기획된 'AI와 사회과학' 시리즈 중 첫 번째 세션이다. 강연은 학부생부터 교수까지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참석자들의 관심 속에 90여 분간 진행되었으며, 단순한 기술 소개가 아닌 방법론적 성찰에 방점을 둔 구성이었다.
이원재 교수는 사회학을 전공한 연구자로, 현재는 AI와의 융합 연구를 활발히 수행 중이다. 그는 강연 서두에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방법론 차이를 설명하며, AI 도입에 따른 예측 가능성의 문제를 강조했다. 과학이란 “미래 사건을 100%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는 체계”라는 점에서, 통계학이 사회과학자들에게 필요한 도구임을 환기시켰다.
AI가 제시하는 결과는 과거 데이터의 과도한 적합(오버피팅)일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창의성이나 혁신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었다. 그는 표준오차로 표현되는 불확실성이 없는 모델은 예측력이 아닌 설명력만을 확보할 뿐이라며, 신뢰도 있는 사회과학 분석을 위해 통계학의 기본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한 노엄 촘스키와 후코의 대담을 인용하며, 인간 사고의 ‘인지적 도약(cognitive jump)’을 인공지능이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논문 사례를 들어, AI가 생성한 텍스트나 그림이 인간의 창의성과 유사한 결과를 도출했더라도 이는 아직까지 과학적 설명이 아닌 ‘귀추(abduction)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강연의 후반부에서는 AI 에이전트 실험 사례가 소개되었다. 이 교수의 연구팀은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 AI 캐릭터를 설계해 인간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은 '사회성이 높은 에이전트'와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에이전트' 두 가지 유형을 설정하고, 참가자들이 어떤 에이전트를 더 선호하는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초기에는 정서적 교류가 높은 에이전트를 선호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 중심의 에이전트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이 실험은 단순히 AI가 인간처럼 지능을 가지는지 여부를 묻기보다는, AI가 인간 사회에 편입될 수 있는 존재인지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교수는 "사회과학의 관심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인간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느냐"라고 강조하며, AI를 주체(subject)로 간주하는 새로운 분석 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적 신뢰의 위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AI의 오류를 인간과 비교할 수는 있으나,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손해를 야기한다면, 그 피해 비용을 어떻게 산정하고 대응할 것인가가 본질적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는 여전히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블랙박스에 가깝다"고 덧붙이며, 현 시점에서 AI를 '과학'으로 정의하기에는 이론적·기술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사회과학자들에게 새로운 분석 도구이자 연구 주제로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원재 교수의 특강은 AI 시대에 사회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철학적, 기술적, 실천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는 AI를 단순히 분석 도구로 보는 것을 넘어, 그것이 인간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AI의 인텔리전스 여부에 대한 단편적 논쟁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향후 입법 및 제도 설계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책 당국은 기술 발전 속도에 상응하는 윤리적·법적·사회적 프레임워크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 노동, 사회복지 등 인간 중심의 영역에 AI가 본격 진입할 경우,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과 권력의 재편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 특강은 그런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유의미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2차 “AI와 사회과학” 특강은 2025년 11월 27일 연세대학교 강동현 교수를 모시고, “AI와 사회과학 연구동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AI와 사회과학의 접점, 어디까지 왔나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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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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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이원재 교수 초청 특강 통해 본 AI 시대 사회과학의 방법론적 전환과 과제
출처: 경북대 사회과학기초자료연구소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