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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궐위선거 여론조사, 구조적 편향 드러나… ARS·조사기관 효과가 핵심 변수로 확인되다

엄기홍 기자 | 2025.12.03 | 조회 57

ARS는 국민의힘 지지율 과대추정, 전화면접은 무당층을 더 많이 포착… 조사기관별 편향도 ±7%p 수준

출처: 연구방법논총

출처: 연구방법논총

2025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궐위선거 과정에서 공표된 여론조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조사방법·기관효과·정치적 네트워크가 지지율 산출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6월 3일까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398건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ARS는 국민의힘 지지율을 약 4.33%p 높게, 무당층은 5.92%p 낮게 측정했으며, 조사기관별 고정효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6%p, 국민의힘 ±7%p 범위의 편향이 확인되었다. 궐위선거라는 특수한 정치적 환경이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을 증폭시켜 조사방법 간 차이를 더욱 키웠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요구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 속에서 진행된 21대 대통령 궐위선거는 선거 전체 국면에서 여론조사가 유권자 판단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던 선거였다. 탄핵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이 격화된 가운데, 유권자들은 자신의 응답이 평가될 수 있다는 압박을 기존 선거보다 더 강하게 느끼기 쉬웠으며, 이러한 환경은 조사방법 간 결과 격차를 키우는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면접원이 직접 질문하는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 강화되어 특정 정당 지지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자동응답 시스템(ARS)은 응답자가 사람의 평가로부터 벗어나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대신, 정치관여층 중심으로 응답이 쏠리는 자기선택 편향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연구는 궐위선거 기간에 공표된 여론조사 398건을 대상으로 조사방식 차이, 조사기관 효과, 시간 변화 효과, 기관-의뢰기관 네트워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t-검정, OLS 회귀분석, 기관 고정효과, 기관+주(week) 고정효과, 네트워크 분석 등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 ARS와 전화면접 방식 간의 체계적 차이는 기본 통계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차이는 0.20%p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ARS가 전화면접보다 평균 4.33%p 높게 나타났다(p<0.001). 이는 복잡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탄핵을 촉발한 정치적 책임 논란 속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면접원 앞에서는 응답을 회피하거나 무응답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반면 익명성을 가진 ARS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약화되어 실제 선호가 더 쉽게 드러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당층 비율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는데 ARS는 7.23%, 전화면접은 13.15%로 거의 6%p 가까운 격차가 나타났다. 이는 ARS가 정치관여층을 과대표집하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정치적 무관심층이 ARS에서 체계적으로 탈락하면서, 무당층 비율이 일관되게 낮게 포착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선행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된 현상으로, ARS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재확인시켰다.

회귀분석에서는 조사방법 효과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기본 OLS 모형에서 ARS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2.74%p 낮게 측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p<0.001), 이는 단순 평균과 상반된 결과로 다른 변수 통제가 이뤄졌을 때 ARS의 과소추정 경향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ARS에서 4.78%p 높게 추정돼 두 정당 간 ARS의 영향 방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조사기관 고정효과 모형에서는 기관별 편향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경우 ±6%p 범위에서 기관효과가 나타났고, 국민의힘은 ±7%p로 더 큰 편차를 보였다. 예를 들어 ‘윈지코리아컨설팅’은 국민의힘 지지율을 +6.8%p 높게 추정하는 경향을 보였고, 반대로 ‘한국리서치’는 -5.2%p의 음의 편향을 나타냈다. 이러한 기관효과는 질문지 구성, 가중치 방식, 응답자 구성, 의뢰기관과의 관계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로 해석된다.

조사방법과 시간 변화의 상호작용 분석에서는 국민의힘에서만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었다.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이 길수록 ARS가 국민의힘 지지율을 더 크게 과대추정하며,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패턴이다. 예측치 기준으로 선거 200일 전에는 약 7.5%p였던 차이가 선거 50일 전에는 약 3%p까지 줄어든다. 이는 궐위선거에서 초기 국면의 여론조사 과대포착이 얼마나 유권자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관-의뢰기관 네트워크 분석에서는 일부 조사기관이 특정 정치 성향의 언론사와 반복적으로 연계되어 조사 결과의 방향성과 교차하는 패턴이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ARS 기반의 ‘여론조사공정’은 펜앤드마이크·뉴스피릿·데일리안 등 보수 성향 언론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일부 조사에서는 질문 문항 자체가 특정 정치 논리를 전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는 조사기관 선택과 조사 설계가 정치적 네트워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궐위선거라는 특수한 정치환경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방법과 조사기관에 따라 체계적으로 뒤틀릴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특히 ARS의 구조적 편향, 낮은 응답률, 자기선택 문제, 기관 간 편향의 지속성, 의뢰기관-조사기관 네트워크의 정치적 구조 등은 현행 여론조사 공표·심의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연구는 조사방법 표준화, 품질 등급제 도입, 조사기관 편향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향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도적 논의를 본격화할 경우, 이번 궐위선거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들이 여론조사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혁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논문: https://doi.org/10.21487/jrm.2025.11.10.3.125
유튜브: https://youtu.be/FzcueQtHt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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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