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발표된 김한나·박영득 교수의 공동연구는 2019년 통일의식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20대 한국 남성의 성평등 정책 지지율이 유독 낮은 배경에 경제적 박탈감이 핵심 변수임을 밝혀냈다. 기존의 ‘성차별주의’ 설명과는 다른 해석이다.
정치학계에서는 선진국일수록 젊은 세대가 사회적 소수자와 평등 가치에 보다 열린 태도를 보인다는 ‘조용한 혁명’ 이론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공식을 비껴가는 흐름이 포착된다. 특히 20대 남성들이 성평등 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현상은 정치권과 학계 모두의 관심을 끌어왔다.
김한나 교수(진주교대)와 박영득 교수(충남대)는 이 현상의 원인을 단순히 성차별적인 개인 성향에서 찾기보다는, '현실적 집단 위협 이론(Intergroup Threat Theory, ITT)'에 주목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수 집단은 소수 집단을 경제적 위협으로 인식하며, 이로 인해 배타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연구진은 2019년 통일연구원의 전국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연령대 중 20대 남성만이 유일하게 '경제적 상황이 나쁘다'고 느낄수록 성평등 정책 지지도가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이나 다른 세대 남성에게서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성차별적 태도(예: ‘여성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온정적 성차별, 혹은 ‘여성은 남성을 이용한다’는 적대적 성차별)와 성평등 정책 반대 간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이다. 이는 '20대 남성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라기보다 경제적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 사회의 독특한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남성만 징병의무를 지며, 그 사이 여성은 경력과 학력을 쌓는다. 최근 수십 년간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고, 노동시장에서도 서비스직 중심으로 꾸준히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성평등 지원정책이 ‘기회의 불공정’을 조장한다고 느끼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는 '여성 혐오'보다는 ‘자원 분배의 불공정’에 대한 불만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기존의 '성차별주의자라서 반대한다'는 해석은 이들의 실제 인식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 연구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저항을 개인의 내면 성향이 아니라 구조적 경제 조건과 세대 경험 속에서 재조명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향후 정책 설계 시 단순한 젠더 인식 변화 유도만으로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으며, 경쟁과 기회 배분의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성평등 문제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주민, 탈북자, 고령층-에 대한 태도도 이와 유사한 구조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논문: https://doi.org/10.1525/as.2024.2124374
유튜브: https://youtu.be/HEhBciHpjhg
2030 남성, 왜 성평등을 위협이라 느끼나
육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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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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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성차별보다 구조적 박탈감이 반페미니즘 정서를 이끈다

출처: Asian Survey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