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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8억 투입한 서울 주거환경개선사업, 방치·공실로 전락

육태훈 기자 | 2025.11.04 | 조회 13

이민석 의원 “공동이용시설 관리 부실…도시 미관과 안전 위협하는 흉물로 변해”

출처: 서울특별시의회

출처: 서울특별시의회

2025년 11월 4일 서울시의회 주택실 행정사무감사에서 국민의힘 이민석 의원(마포1)은 서울시가 추진한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부실한 사후관리와 운영계획 미비로 사실상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1,458억 원이 투입된 사업임에도 주민 외면과 공실 방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시설은 재난안전신고까지 접수될 만큼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여 년간 재개발 대안으로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해 왔다. 해당 사업은 강제 철거와 대규모 개발이 아닌, 기존 주거지를 유지하면서 공공시설과 기반 인프라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도시재생의 주요 축 중 하나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이민석 의원은 이번 시정감사에서 사업의 실질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에는 총 1,458억 원이 투입되었고, 전체 78개 구역 중 40개소가 ‘사업 완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완료’로 간주된 현장의 다수는 실질적으로 방치되거나,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대표적으로 이화동 마을박물관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해 변상금이 부과됐고, ‘충신연극공유센터’는 천장 처짐, 옥상 배수구 막힘 등으로 인해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시설이 훼손된 상태였다.

문제는 시설의 사후관리뿐만 아니라, 초기 설계 단계부터 운영 주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는 2021년 ‘공동이용시설의 자립운영이 어려울 경우, 생활권 앵커시설 또는 마을관리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조성비만 186억 원이 투입된 공동이용시설 16곳이 운영 주체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공실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석 의원은 이러한 공실 시설이 단순한 자산 낭비를 넘어서, 인근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도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케이팝 관련 콘텐츠 ‘데몬헌터스’의 영향으로 서울 성곽길 일대가 국내외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해당 지역 내 성곽마을 주민공동시설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서울시가 관광자원과 도시재생 전략을 연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의 도시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과거 박 시장은 정비구역 389곳을 해제하고 그 대안으로 도시재생과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했지만, 이후 사업 취소 사례가 12곳에 이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정책적 기대와 행정적 실효성 사이에서 좌절을 겪게 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재개발 없는 도시재생’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었지만, 공공예산 투입 대비 실질적 성과가 낮고, 주민 체감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영주체 없는 공공시설, 사후관리 미비, 시설의 구조적 결함 등이 중첩되면서, 도시 내 유휴공간이 늘고 있다는 지적은 시의 정책 설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한다.

이 의원은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해당 시설들은 단순한 공공 실패 사례가 아니라, 도시기능의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울시는 즉각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안전 확보와 도시미관 회복을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석 의원의 지적은 서울시가 추진해 온 도시재생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향후 시의회 차원에서는 △방치된 공동이용시설의 활용 실태 조사, △시설 관리·운영 기준의 제도화, △사후 점검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조례 제·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특히 해당 시설을 ‘공공임대 전환’, ‘지역사회 활용 공간’ 등으로 용도 다각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 서울시가 도시재생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시설 조성에 그치지 않고, 거버넌스 기반의 지속가능한 운영 체계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의원이 강조한 대로, “도시계획의 실패는 주민의 안전과 삶의 질로 직결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향후 서울시 도시정책의 향방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