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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무역 구조의 변화, 양국 외교 관계에 직접적 영향

엄기홍 기자 | 2025.09.04 | 조회 15

무역 상호보완성의 약화가 한중 간 외교적 긴장 증가와 상호 인식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 제기

출처: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출처: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2025년 8월 발간된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제23권 제2호에 실린 정승철 교수(부경대)의 논문은, 무역 구조 변화가 한중 외교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연구는 1995년부터 2022년까지의 한중 무역 데이터를 기반으로 양국 간 무역 상호보완성 감소가 외교적 태도 변화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계적으로 검증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대중 무역 상호보완성이 낮아질수록 중국에 덜 우호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며, 중국 역시 수출 우위가 커질수록 한국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상호보완적 무역 구조를 바탕으로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은 반도체·전자부품 등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수출했고, 중국은 노동집약적 소비재를 공급하며 각자의 비교우위를 활용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중국의 기술 자립이 본격화되면서 무역 구조가 보완성에서 경쟁성으로 전환되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내재화를 적극 추진했고, 이는 한국산 중간재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은 여전히 원자재 수입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무역수지는 2023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되었다. 논문은 이러한 구조 변화가 단순한 통계상의 거래 이상으로 외교적 태도와 직결된다고 분석한다.

정승철 교수는 양국의 대외 행동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통계 모델을 통해, 한국의 무역 상호보완성이 낮아질수록 중국에 대한 협력 행동은 감소하고 갈등 행동은 증가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품목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들수록 한국에 대한 외교적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결과도 도출되었다.

이러한 분석은 데일 코플랜드(Copeland)의 ‘무역기대이론’을 적용한 것이다. 이 이론은 국가가 미래의 무역 이익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가질 경우,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유인이 줄어들고 오히려 갈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관점을 제공한다.

논문은 중국이 기술적 자립을 달성하면서 한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나아가 무역을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사드(THAAD) 사태 당시 중국은 한류, 관광, 화장품 산업에 대해 제한적 경제 제재를 가했으며, 향후 더 강력한 조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2023년 ‘3050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 소재 185종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이미 기술 경쟁력 상실과 수출 감소에 따른 구조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기술 격차의 축소가 한국의 대중 무역 우위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외교적 레버리지 약화로도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향후에도 양국이 무역 구조에서 경쟁 구도를 이어간다면, 외교적 갈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승철 교수의 연구는 단순한 경제지표 변화가 아닌, 그 이면의 정치·외교적 함의를 분석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역은 전통적으로 국가 간 평화 유지를 위한 ‘완충재’로 여겨졌지만, 무역 구조가 경쟁적으로 변할 경우 그 안정 효과는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 성장과 한국의 무역 흑자 감소가 병행되는 지금, 상호 기대치의 악화는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이 된다.

정책적으로는 한중 간 무역 구조를 다시 상호보완적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며, 외교적 유연성과 공급망 다변화가 동시에 요구된다. 향후 양국 정부가 단순한 통상 지표가 아닌 구조적 무역 관계의 질적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외교적 전략으로 연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논문: https://doi.org/10.14731/kjis.2025.08.23.2.187
유튜브: https://youtu.be/eQVyk5_ao7o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