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생성형 AI의 급부상과 함께 격화된 미중 간 기술 경쟁을 한국 주요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왔을까? 이 연구는 한국 언론 4개사(<경향신문>, <한국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의 보도 프레임을 키워드 네트워크 및 토픽 모델링으로 분석해, 언론별 담론 구성이 경제·산업 중심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주도의 AI 전략 담론은 부재하거나 주변적으로 처리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2022년 말 챗GPT의 상용화를 계기로, AI 기술은 전 세계적 관심의 중심에 섰다. 미국과 중국은 생성형 AI 분야에서 기술력과 표준, 규범 경쟁을 본격화했으며, 이는 산업 전략뿐 아니라 외교, 안보, 가치체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거시적 맥락 속에서 한국 언론이 미중 AI 패권 경쟁을 어떤 시각과 언어로 구성했는지를 분석한다.
분석 대상은 <경향신문>, <한국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 4개 주요 일간지이며, 수집된 보도 자료는 총 1,345건에 달한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 활용되었고, 키워드 빈도, 네트워크 중심성, 토픽 모델링 등을 통해 담론의 구조와 특성을 정량적으로 도출했다.
전체 언론 보도에서 공통적으로 빈번하게 등장한 키워드는 ‘AI’, ‘미국’, ‘중국’, ‘반도체’, ‘기업’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 그 자체보다 국가 간 경쟁 구도와 산업적 응용 가능성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었음을 보여준다. 네트워크 분석 결과도 이와 일치했다. 각 언론사에서 중심 키워드의 연결성은 대부분 경제 관련 단어들이 높은 중심성 지수를 기록했으며, ‘AI’와 ‘산업’, ‘시장’, ‘투자’ 등이 허브 역할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언론사별 담론 구성의 차이다. <경향신문>은 정부 정책과 규제 담론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부’, ‘전략’, ‘규제’ 등의 키워드가 빈번하게 등장했으며, 기술 담론을 공공의 대응과 연결해 보도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시장’, ‘투자’, ‘달러’ 등 민간 경제 행위자 중심의 담론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고, 기술의 파급 효과를 투자 전략과 산업 수익성 중심으로 서술했다.
<동아일보>는 지정학적 맥락을 강조한 국가 중심 담론이 돋보였다. ‘대통령’, ‘국가’, ‘정책’ 등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으며, 기술 패권 경쟁을 국가 간 외교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했다. <한국일보>는 산업과 공공 정책의 균형적 프레임을 추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책’, ‘전략’, ‘삼성전자’와 같은 키워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정책에 주목했다.
토픽 모델링 결과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명확했다. <경향신문>은 ‘AI 글로벌 패권 경쟁’, ‘반도체 산업과 한국의 수출전략’, ‘기술 경쟁과 정부 대응’ 등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담론을 형성했다. <한국경제>는 ‘투자 중심 AI 정책’, ‘글로벌 경제 환경과 투자 전략’, ‘반도체 산업과 글로벌 수출 경쟁’으로 나타났으며, 정책보다는 시장 분석에 집중했다. 공통적으로 한국은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지만, 주체적 담론의 중심에는 놓이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든 언론사에서 ‘한국’이라는 키워드는 ‘미국’, ‘중국’ 등과 함께 등장하면서도, ‘의제 설정자’로서의 위치는 미약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수용 국가로서의 수동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한국이 주도적 입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 연구는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미중 AI 패권 경쟁이라는 글로벌 기술·정치 이슈에 대해 한국 언론이 어떤 담론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언론은 산업과 경제 중심의 담론을 구성했으며, 시장성과 정책 대응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한국의 독자적 전략과 기술 주권 담론은 상대적으로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국이 미중 기술 경쟁 사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주체적이고 전략적인 담론 형성이 필요하다. 언론은 기술적 사실 전달을 넘어서, 정책적 방향성과 국제 질서 내에서의 역할을 설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산업계, 학계, 언론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 정보 주권 확보, 글로벌 표준 설정 등 다양한 의제를 선점해야 할 시점이다.
논문: http://doi.org/10.22539/culpol.2025.12.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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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AI 담론, 기술보다 ‘경제’에 집중…주체성은 실종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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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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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패권 경쟁 보도, 산업 중심 서술 일관…국내 전략 담론은 부재
출처: 문화와 정치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