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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수, 하나가 아니었다…경제·안보·사회문화 쟁점 따라 3개 집단으로 분화

엄기홍 기자 | 2026.01.27 | 조회 36

21대 대선 전후 설문조사 분석…잠재프로파일 분석 통해 '온건보수-선택적 보수-정통보수'로 유형화

출처: 현대정치연구

출처: 현대정치연구

신정섭 숭실대 교수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후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해 한국 보수 유권자가 단일 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는 경제, 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다양한 쟁점에서의 태도를 기준으로 보수 유권자를 세 하위집단으로 분류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심리적 요인을 규명했다.

보수 유권자에 대한 단일한 이미지가 오래도록 정치 담론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최근 보수 진영 내부에서 발생하는 정책 이견, 세대 갈등, 정당 이탈 등은 보수를 하나의 통일된 정체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 연구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한국 보수 유권자의 이념 성향이 단순한 좌우 연속선 상에 있지 않으며,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 상이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전제로 분석을 시도했다.

분석에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자료원이 의뢰하여 실시한 제21대 대선 전후 패널조사 1차 데이터가 사용됐다. 전체 3,000명의 응답자 중 스스로를 보수(이념 점수 6 이상)로 인식한 1,036명을 대상으로 잠재프로파일분석(Latent Profile Analysis, LPA)을 실시한 결과, 세 개의 하위 집단이 도출되었다.

첫 번째는 '온건보수'로 전체 보수 유권자의 약 51%를 차지하며, 대부분의 쟁점에서 중도적이고 절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집단은 경제 쟁점에서 중도보수 성향을 보이면서도, 대북정책·한중협력·차별금지법·기후변화 규제와 같은 외교·사회문화 영역에서는 진보적 태도를 취했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와 여성가족부 폐지에는 보수적으로 반응했다.

두 번째 집단은 약 32%를 차지하는 '선택적 보수'다. 이들은 경제 전반과 한미동맹에 대해 강한 보수성을 띠지만, 대북정책이나 기후변화 대응, 차별금지법 등에 대해서는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연구자는 이들을 '준(準)자유지상주의 보수'로 명명하며, 경제적 보수성과 사회문화적 자유주의가 결합된 유형으로 해석했다.

세 번째 집단인 '정통보수'는 전체의 17% 정도로 가장 작지만, 모든 쟁점에서 일관된 강경 보수성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외 대부분의 영역에서 극우적 입장을 견지하며, 보수주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히 반영하는 집단으로 평가됐다.

흥미로운 점은 세 집단 모두가 경제성장 우선, 한미동맹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등에서는 공통된 보수성을 공유했다는 점이다. 즉, 분화는 존재하지만 핵심 이슈에서는 집단 간 일치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전략적 정당 정치는 여전히 이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을 가진다.

이 연구는 각 집단의 특성을 구분짓는 요인을 다항로짓분석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연령, 성별, 자산 수준, 종교(개신교 여부), 정치관심도, 보수정당에 대한 호감도, 자기규정 이념 강도 등이 집단 소속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연령이 낮고 남성이며 자산이 많고 개신교 신도인 경우, 정통보수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선택적 보수 집단은 고자산층이지만 개신교 신도가 아닐수록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정치 관심도가 높고 보수정당에 대한 이념 강도가 강한 유권자일수록 온건보수보다는 선택적 혹은 정통보수에 가까운 성향을 보였다.

이처럼 인구사회학적 배경뿐 아니라 정치심리적 특성까지 집단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보수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책을 설계할 때 단일한 메시지로는 대응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세대·성별·종교 등의 정체성이 보수 내부의 이념 분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이념 차원을 넘어선 사회구조적 쟁점으로 확장된다.

이 연구는 한국 보수 유권자가 단일한 정체성을 갖는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책 태도와 사회적 배경을 갖춘 복수의 잠재집단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정치적 전략 수립과 이념 갈등 해석, 나아가 보수정당의 내적 구성 방식에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특히 최근 대두된 개혁신당의 등장, 청년 보수의 부상, 개신교 정치세력화 등의 현상은 이러한 내적 분화가 실제 정치 현실에 투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연구자는 향후 보수의 분화가 선거결과와 정당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진보 유권자 내부에도 유사한 유형 분화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논문: https://doi.org/10.52594/jcp.2025.12.18.3.5
유튜브: https://youtu.be/Fl-9masyw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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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