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 고려대학교 권혁용 교수가 발표한 논문 「한국의 민주주의 퇴행」은 최근 한국 정치에서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이 점진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실태를 분석한다. 연구는 문재인 및 윤석열 정부 시기를 중심으로, 정치적 양극화와 당파성의 강화가 행정부 권력의 팽창, 야당 탄압, 의회의 무력화를 야기하며 민주주의 후퇴의 징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논문은 권위주의적 퇴행이 폭력적 전복이 아닌, 합법적 제도 활용을 통해 ‘안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민주주의 퇴행 현상의 이론과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한국 정치의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여 민주주의가 어떻게 내부에서 침식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퇴행의 핵심 조건으로는 정치적·정서적 양극화와 강한 당파성을 지목하고, 이는 정책 및 제도에 대한 정당 간 협의 가능성을 저해하며 집권자의 자의적 권력행사를 정당화하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적폐청산’ 수사와 윤석열 정부의 야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반대당을 부패세력으로 프레이밍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 인식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로 분석된다. 이러한 과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고, 대통령과 행정부의 시행령 정치 등을 통해 제도의 정당한 작동을 우회하면서 입법부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킨다.
또한, 정당의 ‘개인화’와 강성 지지층의 정당 포획은 정당정치를 취약하게 만들고, 정당 리더십을 극단적 방향으로 몰아가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서적 양극화는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서 ‘우리 대 그들’의 정치 문화를 고착시키며, 이는 민주적 가치와 절차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 혹은 관대함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유권자의 선택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능한 후보자라면 비민주적 행동을 하더라도 경제적 성과나 부패 척결 등을 이유로 지지하는 경향이 확인된다는 실증적 연구들이 소개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결국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능을 약화시키고, 민주적 후퇴를 용인하는 정치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이 논문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단순히 포퓰리즘뿐 아니라 ‘전문가 기술관료주의’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관료들이 정책결정을 주도할 경우, 민주적 책임성이 결여된 채 정당성과 대응성이 떨어지는 국정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단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제도와 정치문화가 맞물려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보완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특히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 정당의 탈개인화, 중도 정당의 정치적 공간 확보 등이 강조된다.
또한 정당과 정치지도자는 정서적 양극화를 유발하는 전략을 자제하고, 유권자 역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와 책임 있는 선택을 통해 민주주의의 자정기제를 복원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제도적 내구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관용과 상호존중의 회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입법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학계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된다.
논문:
https://doi.org/10.18854/kpsr.2023.57.1.002
유튜브: https://youtu.be/0-87bEl9Zic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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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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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와 강한 당파성이 민주주의 제도를 내부에서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

출처: 한국정치학회보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