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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통합 모델, 아프리카 MZ 세대의 자산화로 답하다

엄기홍 기자 | 2025.11.12 | 조회 90

획일적 이민정책 대신 ‘횡단·교차·상호성’ 기반의 사회통합 전략 필요

출처: Oughtopia

출처: Oughtopia

부산외대 황미혜 교수는 아프리카 MZ 세대 이민자를 한국 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조명하며, 획일적인 통합 모델을 넘어 인문학적 관점에서 정체성을 재해석하는 자산 기반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연구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제안된 것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이민정책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한국에 적합한 통합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22년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초저출산 현실 속에서 심각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은 향후 25년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극명한 인구 구조의 대비는 한국이 국제이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함을 시사한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 중인 아프리카 이민자는 26,278명이며, 이 중 62.7%가 20~39세의 MZ 세대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노동력 이상의 인구 집단으로서 정책적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연구는 기존의 사회통합 모델이 가진 한계, 특히 동화주의(assimilationism),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통합주의(integrationism) 등 거시적 접근이 개인 정체성의 복잡성과 유동성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대신, 횡단성(trans-), 교차성(cross-), 상호성(inter-)이라는 인문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아프리카 MZ 세대 이민자의 정체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횡단성은 이민자 정체성이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성에 기반해 형성된다는 관점으로,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아프리카 MZ 세대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와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다중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교차성은 이들의 경험이 인종, 젠더, 계층, 국적 등 다양한 사회적 범주에 의해 교차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상호성은 단순한 문화의 공존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를 통해 제3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혼종성’을 의미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는 이 연구의 비교 분석 틀을 제공한다. 영국은 다문화주의에서 통합주의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나, 경제 중심의 이민제도 개편으로 인해 사회통합 목표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스는 공화주의적 동화주의를 근간으로 이민자에게 주류 사회의 흡수를 요구했지만, 이로 인해 정체성 위기와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었다. 두 나라는 모두 이민자의 문화적 다양성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 채, 정책적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은 이러한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식민지배의 역사적 유산이 없는 한국은 아프리카 MZ 세대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을 가진다. 이 연구는 이민자를 단순한 수혜자나 관리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기여자로 인식하는 ‘자산 기반적 접근(asset-based approach)’을 제안한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아프리카 이민자 중 MZ 세대는 체류 목적도 매우 다양하다. 유학, 회화지도, 결혼이민 등 비경제적 요인이 비중 있게 나타나며,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로코 출신 여성 이민자의 비율이 높은 점도 주목된다. 이는 이들이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복합적 정체성을 가진 존재임을 방증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이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포용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정책 방향에 있어 이 연구는 세 가지 구체적 제언을 내놓는다. 첫째, 아프리카 MZ 세대의 지식, 권력, 관계를 강화하는 인문학 기반의 리더십 교육과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반이민 정서와 차별에 대한 조기 경보체계 및 법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질적 연구 확대를 통해 아프리카 MZ 세대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들의 실제 삶의 맥락과 정체성 형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이 ‘복잡한 역사적 유산에서 자유롭다’는 주장에 대한 성찰도 요구된다. 단일민족주의와 같은 내재된 이데올로기가 이민자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여, 이민자에게 한국 사회의 역사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한국이 인구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획일적 통합 모델을 넘어 정체성의 다양성과 주체성을 인정하는 ‘자산 기반적 접근’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 MZ 세대는 단지 인구 보완책이 아닌, 문화적 창조성과 사회적 역량을 갖춘 존재로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통합 모델의 핵심 대상이다.

향후 입법적, 정책적 논의에서는 이 연구에서 제시된 인문학적 정체성 개념과 사회통합 전략이 적극 반영되어야 하며, 다층적 데이터 구축과 질적 연구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만의 상호 존중 기반의 ‘개방적 통합주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논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434304
유튜브: https://youtu.be/BfBdunNOi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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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