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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재차 사고… 저수심·표시등 관리 부실 속 서울시 대응 논란

육태훈 기자 | 2025.11.17 | 조회 35

예견된 위험이 현실화된 한강버스 사고, 서울시의 안전관리체계와 책임회피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

2025년 11월 15일 오전 8시 25분경 잠실선착장 인근 약 100m 지점에서 한강버스 7항차 102호 선박이 저수심 구간에 걸려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항로 이탈과 저수심 구간에 대한 항로표시등의 밝기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되며, 최근 국정감사와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위험이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행정적 책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한강버스 전면 중지를 요구하며 서울시의 안전대응 체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기술 결함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제기된 지적을 서울시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사고 발생 경위는 비교적 명확하다. 해당 선박은 항로에서 이탈한 직후 저수심 구간에 걸렸으며, 항로표시등의 밝기가 부족해 선박 조종자가 위험 구간을 인식하기 어려웠던 점이 간접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저수면 준설과 항로표시등 설치로 안전 확보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예측된 위험이 그대로 현실화되면서 그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첫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PDF에 따르면 한강버스 관련 사고는 총 17건에 달하며, 운전·조작 미숙부터 기계 결함, 부표 관리 부실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항은 지속돼 왔고, 반복되는 사고가 체계적 안전관리의 부재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일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나타낸다.

서울시의 대응도 논란을 키웠다. 사고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7줄 분량의 짧은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그 핵심 내용에 “정쟁으로 삼지 말라”는 표현이 포함되며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시민 안전을 확보해야 할 행정이 정당한 비판을 ‘정쟁’으로 규정하며 책임 공방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책 결함이나 예산 부족, 관리 소홀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행정적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로 비판된다.

사고가 반복되자 중앙정부도 움직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한강버스 사고 관련 안전점검 및 조치 특별지시’를 발표하며 서울시의 안전관리체계가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개입은 서울시의 대응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한강버스 운영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안전 문제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조치는 정책적 의미가 크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보도자료에서 “한강버스 전면 중지”를 공식 요구하며 사고의 원인과 대응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가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을 지속한 결과이며, 반복된 사고에도 실효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을 ‘사고의 방치’로 규정했다. 하인리히 법칙을 언급하며 크고 작은 사고가 누적될수록 대형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안전사고 대응 원칙의 기본을 환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해 온 안전 우려가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오세훈 시장이 취항식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도록 질타해달라”고 말한 바 있음에도, 실제 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합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행정적 절차와 제도 개선 요구가 반복적으로 축적된 상황에서 사고가 재발한 점은 행정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강버스 사업 모델 역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수도권 관광 활성화’와 ‘시민 친수 문화 확대’를 목표로 추진된 사업이지만, 수심·항로 관리 등 필수 안전 요소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이 강행되며 안전이 뒷순위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의 정책 목표가 시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안전 확보 전면 재점검 없이 단순히 사고 수습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한계를 가진다.

이번 사고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대책은 보다 구조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준설 작업의 정례화, 항로표시등의 성능 개선, 부표 및 항로 시설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원인 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 절차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서울시가 기존의 대응 방식을 유지한다면 유사 사고의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번 한강버스 사고는 기술적 실수나 일회성 오류가 아니라, 여러 차례 경고된 위험을 서울시가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시민 안전을 둘러싼 문제는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안전 확보는 지방정부의 기본 책무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밝힌 것처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의 전체적인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향후 서울시는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안전 확보를 위한 객관적 기준을 강화하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개입 역시 서울시의 안전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관련 제도 정비 및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이번 사고의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