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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하버드와 연방 계약 전면 중단 지시…과학연구·대학자율성 '정치 격랑' 속으로

박혜신 기자 | 2025.05.29 | 조회 13

반유대주의 대응 명목에서 인종·성별 논란까지 확대…보스턴글로브 “연방기관에 기존계약 즉각 해지 통보”

2025년 5월 27일,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 하버드대학교와의 기존 계약을 종료하거나 타 대학으로 이전하라는 공식 지시를 내렸다. 이는 기존의 반유대주의 대응에서 출발해 하버드의 입학 및 채용 관행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장된 조치로, 과학 연구는 물론 미국 내 고등교육 자율성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우려된다. 연방총무청(GSA)의 공식 서한은 연방계약 1억 달러 상당을 즉시 중단 대상으로 명시했고, 하버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극단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와 그 산하기관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 전면 재검토를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는 모든 연방계약 해지를 공식 지시하며 대학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가 단독 입수한 5월 27일 자 공식 서한에 따르면, 연방총무청(GSA)의 조시 그루엔바움 국장은 “즉각적인 계약 종료 또는 타 기관으로의 이전”을 연방기관에 명령했다.

이로써 하버드는 현재 진행 중인 국방부 산하 경영교육 프로그램, 보건복지부의 건강음료 관련 연구 프로젝트 등 약 1억 달러 규모의 현행 계약도 즉시 종료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연방 보조금이 취소된 데 이어, 이제는 기존 계약까지 단절됨에 따라 사실상 모든 연방 자금과의 연결이 끊어지게 된다.

그루엔바움 국장은 서한에서 하버드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종을 고려한 입학정책을 지속해왔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치의 주요 배경으로 인종차별을 지목했다. 더불어 채용 과정에서 남성·백인·이성애자를 배제하고 있다는 혐의도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유대주의 대응이라는 명분에서 출발한 조치를, 보다 포괄적인 ‘보수적 가치 위반’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4월 초, <보스턴 글로브>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와 그 산하기관에 대한 총 87억 달러의 장기 보조금과 2억5천만 달러의 연구 계약을 대상으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평가 절차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하버드 내 수많은 연구자들이 불확실성에 내몰려야 했다.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원의 마크 와이스코프 교수는 “자금 중단은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공중보건 연구 전반에 대한 타격”이라며, 자신이 수행 중인 NIH의 환경보건 연구도 중단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하버드 의대의 킴벌리 르블랑 박사는 드문 질환을 진단하는 ‘미진단질환네트워크’의 존폐 여부를 우려했다. 이 네트워크는 연 1,800만 달러의 연방 자금으로 운영되며, 치료가 어려운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 진단과 해결책을 제공해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단지 연구비 중단을 넘어, 미국 고등교육기관이 연방정부와의 계약관계에서 정치적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MIT와 하버드를 오가며 활동 중인 유전학자 조지 처치 교수는 “이건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며, 정치적 보복이라는 시각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4월 말 콜럼비아대학교에 대해 4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취소하고, 연방자금의 ‘재개 조건’으로 반유대주의 방지 규정을 강제하는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학계 안팎에서는 유사 조치가 하버드 외 타 대학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버드 정치학과의 라이언 에노스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 없이 불안을 조장하는 전략”이라며, “캠퍼스 전역이 잠재적 탄압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버드 측은 해당 서한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 입장을 밝히며, 입학 정책 개편과 다양성 강화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버드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이제 '연구비 삭감'을 넘어 '제도적 고립'의 단계로 진입했다. 단기적으로는 다수의 과학 프로젝트 중단과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대학의 연구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하버드는 연방 자금을 대체할 민간 재원을 확보하거나, 법적 대응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재정문제를 넘어 고등교육기관의 정치적 독립성과 사회적 역할을 시험하는 중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의회 및 사법부의 견제 여부가 이번 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사 출처: https://mobileapp.bostonglobe.com/04052025_be9da666-11ac-11f0-8da5-cf1c112eedd0/content.html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