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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재명 정상회담, 한미동맹 ‘경제·안보 대전환’ 선언

박혜신 기자 | 2025.11.15 | 조회 72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무역·방위 협력안…‘포스트 인도태평양 시대’ 한미 전략동맹의 새 틀

2025년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한미관계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두 정상은 ‘한미 전략무역·투자협정’을 재확인하며, 경제·안보·기술 전반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2024년 트럼프의 재집권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동맹 비전을 담고 있다. 한미 간 협상의 결과물인 ‘팩트시트’(Fact Sheets)가 2025년 11월 14일 최종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한미동맹의 역사에서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경주에서 열린 이번 국빈 방문은 한국 정부가 수도 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맞이한 사례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적 메시지를 내포한다. 둘째, 2024년 트럼프의 재집권과 2025년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민주적 회복력’이라는 공통 서사를 공유한다. 셋째,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안보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전략동맹’을 공식화했다.

양 정상은 7월 체결된 ‘한미 전략무역·투자협정(Korea Strategic Trade and Investment Deal)’을 재확인하며, 이를 기반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상호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은 조선·반도체·의약품·인공지능·희소광물 등 핵심 산업에 2,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미국은 이 투자를 승인하고 일부 산업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부품, 목재 등 제품에 대해 기존 232조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고, 제약·반도체 분야의 추가 관세를 면제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이 “공정무역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양국은 미국의 ‘관세조정 행정명령(EO 14257)’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한해 15%의 관세 상한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산업에 대한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승인투자가 확정되었으며, 추가 2,000억 달러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곧 체결될 예정이다.

외환시장 안정 조항도 주목된다. 양국은 대규모 투자가 원화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한국이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해 달러를 조달하지 않도록 제한했다. 이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는 시장 개입 대신 비시장적 방식(예: 해외투자 수익, 외화예금 활용 등)으로 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만약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경우, 양국은 상호 협의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은 또한 기업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서울 Buy America Initiative’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 중소기업의 한국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연례 박람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며, 이는 미국 내 ‘Buy America 정책’의 역수출 형태로 평가된다. 동시에 대한항공의 1,030억 달러 규모 보잉 항공기 구매계약도 체결되어 양국 간 항공·제조산업 협력이 강화된다.

한미 양국은 비관세 장벽 완화에도 합의했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5만 대 무수정 수입제한’을 철폐하고,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또, 미국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위한 절차를 정비하고,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절차의 병목을 해소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미국 원예상품 전담 데스크’를 신설하고 미국산 육류·치즈의 시장 접근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디지털·지식재산·노동 분야에서도 협력이 강화된다. 양국은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을 보장하고,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차별적 요금 부과나 플랫폼 규제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자전송 관세 유예’의 영구화를 지지하기로 했다. 한국은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을 경쟁법 절차에 반영하기로 했고, 특허법조약(PLT) 가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동과 환경 부문에서도 원칙이 명확히 제시됐다. 양국은 강제노동에 기반한 상품 수입을 금지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른 노동권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어업보조금 협정’의 전면 이행을 통해 수산업 보조금으로 인한 무역 왜곡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번 협정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과 핵우산 제공 의지를 재확인하며, ‘핵협의그룹(NCG)’을 중심으로 억제력 강화를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3.5%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250억 달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한미군 지원액 3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언급됐다. 한국은 독자적 방위능력 강화를 위해 첨단무기체계 확보와 방산산업 협력 확대를 약속했으며, 양국은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단계적 이양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우주, 사이버 영역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 및 지역 안보 구상에서도 공조가 강화된다.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했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했다. 또한, 일본과의 3자 협력 강화를 명문화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 견제 구도 속에서 한미일 협력의 전략적 연속성을 보여준다.

해양 및 핵 협력 분야도 진전이 있었다. 미국은 한국의 조선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환영하며, 미 해군 함정의 정비·수리·부품공급 등 전 과정에 한국이 참여하는 ‘조선 워킹그룹’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내 조선산업의 역량 회복과 한국 조선기술의 결합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연료조달과 기술이전 협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동시에, 한미 원자력 협정(123조 협정)에 근거하여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평화적 용도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경제동맹에서 전략동맹으로’의 진화를 상징한다. 양국이 제시한 다층적 협력 프레임워크는 공급망, 국방, 기술, 환경, 노동 등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며, 한미 관계를 21세기형 동반자 관계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번 경주 정상회담은 향후 한미동맹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미 전략무역·투자협정’이 실제로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될 경우,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디지털무역·노동·환경 등 신산업 규범에서의 공조는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 속에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강화할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경제·안보·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양국이 약속한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질서’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향후 양국 의회와 시장의 대응에 달려 있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