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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관세’ 부활 선언…“경제 독립의 날”

박혜신 기자 | 2025.04.03 | 조회 37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기본 관세율 10% 도입…공급망 복원·제조업 귀환 약속

사진: 위키피디아

사진: 위키피디아

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열린 연설에서 ‘경제 독립 선언’을 표방하며 외국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자정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의 기본 관세(Baseline Tariff)를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주요 동맹국과 경쟁국을 막론하고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삼겠다는 선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약 49분간 진행됐으며, “2025년 4월 2일은 미국 산업이 되살아난 날, 미국의 운명이 회복된 날”이라며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날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칭하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타국에 경제적으로 착취당해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외국에 약탈당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번 관세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체계를 도입해 외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의 절반만큼을 미국도 그들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이 미국에 67%의 비관세 장벽을 포함한 무역장벽을 적용하고 있다면, 미국은 34%의 관세를 그들에게 부과하겠다는 식이다. 트럼프는 이를 “친절한 상호주의(kind reciprocalism)”라고 표현했다. 둘째, 외국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서 10%의 ‘기본 관세(Baseline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외국 기업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이번 정책에서 중심에 놓였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미국은 수입차에 2.5%의 관세만 부과했지만,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자동차에 10% 이상의 관세와 20%의 부가가치세(VAT)를 적용하고 있다”며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그는 “자정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 생산된 차량에 한해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 공제를 허용하겠다는 혜택도 약속했다.

트럼프는 특히 한국, 일본, 인도 등의 ‘비관세 장벽’을 비판하며, 이들이 미국산 제품의 진입을 막고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81%의 차량이, 일본에서는 94%의 차량이 자국 브랜드”라며, 이는 미국 자동차 기업의 접근을 사실상 봉쇄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연설에서는 단순한 무역정책을 넘어 ‘산업 재건’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비전도 제시되었다. 그는 애플, TSMC, 엔비디아,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히며, “향후 6조 달러 이상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미국을 산업 강국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트럼프의 전통적인 경제 민족주의 노선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호무역적 접근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존재한다. 일부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생산을 자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우려는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무역전쟁 재점화 가능성이다. 특히 유럽연합과 일본, 한국 등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WTO 규범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 같은 반론을 의식한 듯 연설 말미에 “외국 기업이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시장에 들어오고 싶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약속했던 관세 정책을 실행했고, 미국 근로자들을 위한 결정이었다”며 ‘약속 이행’을 재차 부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및 ‘기본 관세’ 선언은 단순한 대외 무역 조정 수단을 넘어, 2024년 대선 재출마 이후 본격화된 경제 민족주의 노선의 제도화로 볼 수 있다. 그의 연설은 향후 의회에서 논의될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이라는 법안의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법안에는 감세, 국방비 증액, 국경 통제 강화 등의 내용을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진행 중인 예산안과 조화를 이루며 통합 법안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향후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무역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불가피하다. WTO 제소 가능성, 동맹국들의 보복 관세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신관세 체계’가 미국 산업에 실질적인 부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