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연구진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연설을 분석해 그의 신념 변화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결과, 트럼프는 점점 더 적대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운영코드 분석과 VICS 기법을 활용하여 정치지도자의 신념체계를 시계열적으로 검토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외교정책과 파격적인 언행으로 미국 정치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해온 인물이다. 특히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이나 시리아 미군 철수 등은 개인의 신념이 정책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연구는 기존의 단편적 분석을 넘어서 트럼프의 정치적 신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외교정책분석(Foreign Policy Analysis) 분야에서 활용되는 '운영코드(Operational Code)' 이론과 'VICS(Verb In Context System)' 기법을 결합하여 트럼프의 연설문을 정량 분석한 것이다. 분석 대상은 총 30개의 외교정책 관련 연설문이며, 네 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각각의 신념지표를 측정하였다. 시기는 △대통령 취임 전(2015~2017), △취임 후부터 대선 전(2017~2020), △대선 패배 후부터 공화당 경선 전(2020~2024.1), △공화당 경선 이후부터 대선 직전(2024.1~11)이다.
운영코드 분석은 철학적 신념(P-1~P-5)과 도구적 신념(I-1~I-5)으로 나뉜다. P-1은 정치 세계에 대한 적대성 또는 우호성을, P-2는 정치적 가치 실현에 대한 비관성 또는 낙관성을 나타낸다. 반면 I-1은 전략적 방향, I-2는 전술의 강도를 보여준다.
분석 결과는 트럼프의 신념이 단순히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역할 변화와 외부 충격에 따라 명확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대통령 취임 전후로 트럼프의 신념은 다소 우호적이고 낙관적으로 전환되었으나, 2020년 대선 패배 이후에는 적대적이고 비관적인 방향으로 급격히 변화했다. 이는 P-1 지표가 +0.22에서 0.00으로 하락하고, P-2는 +0.04에서 -0.09로 하락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도구적 신념 중 전략의 방향(I-1)은 +0.11에서 -0.04로, 전술의 강도(I-2)는 -0.02에서 -0.11로 변화해 트럼프가 보다 갈등적 전술을 선호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념이 회복되기보다는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2024년 들어 사법 리스크 해소와 경선 승리, 암살 미수 사건 등 정치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P-1은 -0.03으로 오히려 더 적대적으로, P-2는 -0.13으로 더 비관적으로 변화했다. 이는 미국 정치의 구조적 양극화 심화가 트럼프 개인의 인식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연구는 또한 트럼프의 신념이 역대 미국 대통령 43인의 평균값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띤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평균 P-1은 +0.40이지만, 트럼프는 -0.03 수준이며, I-1 또한 평균 +0.60에 비해 트럼프는 0.05에 불과하다. 특히 트럼프는 호소나 지지보다는 처벌과 위협을 더 효과적인 정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수단의 유용성(I-5) 항목에서 ‘위협’과 ‘처벌’ 항목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점수로 나타나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의 경험적 학습 여부는 이 연구의 중심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에는 약간의 우호성과 낙관성으로 신념이 조정되었으나, 대선 패배와 같은 외생적 충격 이후에는 신념 체계가 명확하게 비관적이고 갈등적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부시 전 대통령이나 김일성, 피델 카스트로와 같은 타국 지도자의 신념 변화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유의미한 결과로 간주된다.
이 연구는 트럼프의 외교 연설을 바탕으로 그의 신념체계를 정량적으로 계량화하고 변화 양상을 추적한 결과, 트럼프의 신념이 점점 더 적대적이고 비관적인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개인의 정치 경험, 외부 충격, 정치적 양극화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향후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외교정책이 과거보다 더욱 대립적이고 도발적인 양상을 띨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정치심리학 및 외교정책 분석 차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다만 이 연구는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이 아닌 서술적 계량 분석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으며, 향후 트럼프의 신념 변화가 실제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요청된다.
논문: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3249993
유튜브:
https://youtu.be/xJlm7XVbRYI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lUxoen
트럼프의 신념, 정말 변했을까… 운영코드 분석으로 본 정치심리 변화
엄기홍 기자
|
2025.10.21
|
조회 36
대선 패배와 소송, 그리고 재도전…트럼프 신념은 더 적대적이고 비관적으로 변했다
출처: 新亞細亞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