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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이재명, ‘포퓰리즘의 두 얼굴’… 텍스트 마이닝이 드러낸 상반된 리더십

엄기홍 기자 | 2025.12.01 | 조회 40

외부의 적을 세우는 분열적 포퓰리즘 vs. 정책으로 해결을 약속하는 정책 중심 포퓰리즘

출처: 연구방법논총

출처: 연구방법논총

2025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서로 다른 국가적 맥락에서 집권했지만, 모두 비주류적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 연구는 2025년 상반기 두 정상의 취임사와 정책 연설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하여, 두 리더십이 어떤 수사적 구조와 정책 지향을 통해 포퓰리즘을 구현하는지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트럼프는 국가 정체성·국경·적대 프레임을 중심으로 한 ‘분열적 포퓰리즘’을 보인 반면, 이재명은 경제·민생·산업 중심의 실용적 정책을 강조한 ‘정책 중심 포퓰리즘’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2025년은 한미 양국에서 모두 정치적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했고,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비주류 기반의 정치적 상승세를 바탕으로 집권했다. 두 정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비판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적 성향을 공유하지만, 수사적 접근 방식과 정책 우선순위는 본질적으로 상이하다.

이 연구는 Mudde(2004)의 포퓰리즘 개념과 Mudde & Kaltwasser(2013)의 포용·배타 유형 구분을 적용해 두 정상의 포퓰리즘을 ‘분열적 포퓰리즘’과 ‘정책 중심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스펙트럼으로 비교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의 취임사와 주요 국정 연설을 수집하고, R 기반 분석을 통해 단어 빈도, 동시출현 네트워크, 대립어쌍, 수사 프레임 등을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심 키워드는 nation, America, border, illegal, enemies로 외부의 적을 강조하며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는 언어적 전략을 보였다. 특히 border, illegal, crisis와 같은 단어는 미국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감각을 고조시키며, 이를 해결할 ‘강력한 리더’로서 자신을 부각하는 데 활용되었다. 반면, 내부 정치엘리트를 공격하는 대신 외부 위협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연결시키는 방식은 배타적 포퓰리즘의 전형적 특성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문의 핵심 키워드는 국민, 경제, 세계, 산업, 성장, 민생이었다. 이는 국가 정체성보다 실질적 정책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중심적 특성을 보여준다. 특히 경제·산업 분야 단어가 높은 빈도로 나타난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삶 개선’이라는 실용적 목표를 중심으로 지지를 구축하고자 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민생 회복’, ‘경제 민주주의’와 같은 표현을 활용하면서, 구조적 장벽·기득권을 문제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구체적 정책 해법을 강조했다. 이는 배타적 포퓰리즘보다 포용적이고 절차적 포퓰리즘에 가까운 접근이라고 평가된다.

양국 정상의 연설문을 비교한 시각화 분석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트럼프는 ‘적대-위기-승리’ 구조의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제로섬 게임식 정치 논리를 강화했다. 반면 이재명은 ‘발전-성장-통합-민주주의’와 같은 긍정적 프레임을 중심으로 문제해결형 서사를 구성했다. 이는 권위·안보 중심의 트럼프와 민생·경제 중심의 이재명 간 리더십 철학의 차이를 반영한다.

또한 두 정상은 정책 분야에서도 분명한 분포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의 관심사는 외교·안보·법질서 등 보수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이는 그의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힘(power)’, ‘법(law)’과도 연결된다. 반면 이재명은 노동·복지·산업·환경 등 진보 영역에 집중된 분포를 보이며 사회적 약자 보호와 경제 불평등 해소를 강조했다. 이는 기존 정치 과정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며 실용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절차적 포퓰리즘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트럼프식 포퓰리즘과 비교해 갈등 촉발이 아닌 문제 해결 중심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 연구는 또한 두 정상의 취임사와 정책 연설의 장르적 차이도 분석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는 통합적 메시지를 일부 사용했으나, 정책 연설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적대적 프레임을 강화했다. 이재명은 취임사와 현안 대국민 연설 모두에서 경제·민생 중심 구도를 유지하여 일관된 정책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연설 장르에 따른 변화 폭이 트럼프보다 훨씬 작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종합적으로, 두 정상의 포퓰리즘은 동일한 ‘민중 vs. 엘리트’ 구도에 기반하면서도, 그 구성 방식에서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트럼프는 ‘민중’을 배타적 정체성으로, ‘엘리트’를 외부의 적·이민·전임 정부와 연결하며 위기감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대중을 결집했다. 반면 이재명은 ‘민중’을 경제적 약자로, ‘엘리트’를 불공정 구조로 설정하고 공정·민생·성장의 프레임으로 정책적 동원을 시도했다.

이 연구는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두 정상의 정치적 언어가 실질적으로 서로 다른 포퓰리즘 유형을 구현하고 있음을 계량적으로 보여주었다. 트럼프의 분열적 포퓰리즘은 국제 정세 불안과 결합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정책적 일관성이 약화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의 정책 중심 포퓰리즘은 경제·민생 개선을 중심으로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도모할 수 있지만, 정책 실효성과 정치적 협치 능력이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정상의 포퓰리즘은 각국의 정치 구조·경제 환경·정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 동원의 방식이 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한 오늘날, 정책 결정자와 유권자 모두가 수사적 전략의 구조를 이해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포퓰리즘 연구에서 ‘분열적·정책 중심’이라는 새로운 분석축을 제시하며, 향후 한국 정치 뿐 아니라 국제 정치에서도 포퓰리즘 연구의 시야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