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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국적은 어디인가… ‘시민권·난민·이주민’ 사이의 인권 공백

육태훈 기자 | 2025.05.23 | 조회 29

탈북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개념 혼선이 인권보호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출처: Korea Journal

출처: Korea Journal

2022년 봄,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송영훈 교수가 「Korea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해외에 체류 중인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민’, ‘난민’, ‘이주민’이라는 세 가지 상이한 개념 사이에서 정체성이 분산되어 왔다. 이러한 개념적 혼란은 국제사회와 개별 국가들이 탈북민의 인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탈북민 문제는 단순한 국경 넘기를 넘어선다. 탈북은 극심한 식량난, 정치적 억압, 경제적 기회 부족 등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탈북민 스스로는 탈북 과정에서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이익'을 계산하는 선택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들의 법적 지위는 국가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해석되며, 그 결과 인권 보호 역시 균일하지 못하다.

송 교수는 탈북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 가지 접근법을 제시한다. 첫째, 헌법 제3조와 제10조에 근거해 탈북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시각이다. 이는 남북이 동일 민족이라는 역사성과 통일 지향적 가치관을 반영하지만, 현실의 국제질서에서는 실효성이 낮다. 북한이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상, 제3국은 탈북민을 한국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특히 중국은 이들을 ‘경제적 불법이주자’로 본다.

둘째는 국제난민법에 따라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방안이다. 탈북 시 정치적 박해의 위험이 있는 만큼 난민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난민 판정은 개별 심사를 거쳐야 하며, 특히 중국은 자국 안보와 외교 관계를 이유로 탈북민에 대한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탈북민은 정치적 외교적 고려 속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탈북민을 ‘이주민’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는 정치적 성격을 제거하고 보편적 인권의 틀 안에서 탈북민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많은 탈북민은 체류국의 사회에 적응하거나 가족을 꾸리며 다양한 형태로 정착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권 문제는 여성권, 아동권, 노동권 등 일반적 이주민의 인권 문제와 겹친다. 이 방식은 국제사회의 협력을 유도하기 쉬우며, 중국 정부의 반발을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이주민 접근은 주재국의 협조를 전제로 하기에 정치적 의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또한 탈북민 다수는 시민권과 난민의 특성을 동시에 갖기 때문에 세 가지 접근을 분리하기보다 상호보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송 교수는 탈북민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단일한 정체성 부여보다는 시민권, 난민, 이주민이라는 복합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개별 상황에 따라 유연한 법적 해석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탈북민 인권 보호를 북한 문제 혹은 남북문제로만 국한하지 않고, 국제 인권체계 속에서 보편적 기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탈북민의 다층적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반영한 입법과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논문: https://doi.org/10.25024/kj.2022.62.1.107
유튜브: https://youtu.be/HkbrsnxkH-E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