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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도는 의정비를 낮춘다: 광역의회 보상 결정의 숨은 기준

엄기홍 기자 | 2026.01.05 | 조회 20

광역의회 청렴도가 높을수록 의정비 인상이 억제된다는 실증 분석

출처: 글로벌정치연구

출처: 글로벌정치연구

누가, 언제, 무엇을 밝혔나. 김문성 연구자와 한강욱 교수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의회를 대상으로 지방의회의 청렴도가 의정비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어디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왜 의정비 논란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제도적 자기규율이 작동하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이 연구는 청렴도가 단순한 윤리 지표를 넘어, 정치적 책임성과 제도적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제시한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이며, 지방분권의 실질적 작동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의회는 제도적 권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민 신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왔다. 특히 지방의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를 둘러싼 논란은 지방의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해 왔다. 유급제 도입 이후 전문성과 전업성이 강화되었다는 평가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인상과 불투명한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도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정비 문제는 단순한 보수 수준의 적정성 논쟁을 넘어, 지방의회가 스스로를 얼마나 절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현행 제도상 의정비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방의회의장이 심의위원 상당수를 추천할 수 있고, 위원 구성 기준과 심의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동일한 정당인 경우가 많아 집행부와 의회 간의 상호 견제 또한 약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주민 공청회나 여론조사 역시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제도적 조건은 의정비 결정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재량이 상당 부분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이러한 제도 환경 속에서 ‘청렴도’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주목한다. 청렴도는 단순히 부패 사건의 발생 여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 연구에서 청렴도는 제도 내부의 자기규율 능력, 즉 공적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반영하는 지표로 정의된다. 다시 말해, 청렴도가 높은 의회는 제도적 감시와 규범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정치적 보상 결정에서도 절제력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의 광역의회 패널 데이터를 활용했다. 종속변수는 지역 내 1인당 소득 대비 의정비 비율로 설정되었다. 이는 절대 금액이 아닌, 주민의 경제적 현실과 비교했을 때 의정비가 얼마나 과도한지를 측정하기 위한 선택이다. 동일한 의정비 수준이라 하더라도 지역의 경제력에 따라 체감 부담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변수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광역의회 청렴도 등급이 활용되었으며, 시차 변수를 사용해 인과 방향성 문제를 완화했다.

분석 결과는 명확하다. 청렴도가 높은 광역의회일수록 지역 내 1인당 소득 대비 의정비 비율이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청렴도가 한 등급 상승할 때마다 해당 비율은 약 2.3%포인트 감소했다. 이 관계는 의정비 절대액을 종속변수로 설정하거나, 1인당 GRDP 대비 의정비 비율을 사용한 경우에도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이는 분석 결과가 특정 지표 선택에 의해 왜곡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또한 청렴도의 효과는 의회의 정당 구성, 초선 의원 비율, 재정자립도와 같은 구조적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조절효과 분석에서도 청렴도와 이러한 맥락 변수 간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청렴도가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예외적 요인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의정비 인상을 억제하는 강건한 기제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청렴한 의회는 정치적 구도나 재정 여건과 무관하게 자기규율을 발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연구는 기존의 공직자 보수와 부패 관계에 대한 논의와도 차별성을 가진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보수 수준이 청렴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면, 이 연구는 청렴도가 오히려 보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역인과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는 청렴도를 제도 운영의 결과 변수가 아니라, 제도적 결과를 형성하는 원인 변수로 재위치시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 전환은 지방의회 개혁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결국 의정비 논란의 핵심은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있다. 청렴도가 낮은 의회에서는 의정비가 자기보상적 행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청렴도가 높은 의회에서는 지역의 재정 여건과 주민의 소득 수준을 고려한 절제된 선택이 이루어진다. 의정비는 공개성과 가시성이 높은 정치적 보상이기 때문에, 그 결정 방식은 시민에게 제도적 신뢰의 신호로 작용한다.

이 연구는 지방의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단순한 의정비 상한 규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핵심은 지방의회 내부에 제도적 자기규율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정비심의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청렴도를 제고하는 제도적 장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가 시민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상 결정 과정에서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정치적 책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청렴도는 그 책임성이 제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