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대와 젠더 갈등이 한국 정치에서 중요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청년 여성의 이념과 정책 태도가 실질적으로 다른 집단과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박선경 교수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년 여성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평가할 확률이 다른 집단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 연구는 청년세대 내 성별 간 이념 격차가 아닌 젠더 내 세대 격차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최근 부각되는 청년세대 내 남녀 간 이념 차이 논란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에서 주요 갈등은 지역주의에서 세대주의로 전환되었으며, 최근 들어 젠더 갈등까지 중첩되고 있다. 청년층이 진보적이라는 기존의 세대정치 담론과 함께, 온라인 및 사회적 사건을 중심으로 청년 남녀 간 이념 대립이 두드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 여성들이 장년 여성 또는 청년 남성 중 어느 쪽과 더 유사한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청년 여성의 정치적 특성을 자기평가이념과 정책태도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청년 여성과 장년 여성 사이에서 가장 큰 이념 차이가 나타나, 젠더 내 세대 격차가 더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반면 청년세대 내부의 남녀 간 이념 격차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20대 남성의 보수화' 주장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정책 태도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청년 여성들은 국가 개입과 복지 확대에 대한 태도에서 다른 집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이념 성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인 대북 인식과 통일에 대한 태도에서 오히려 더 보수적이었다. 젠더 관련 이슈에서는 전통적 성 역할에 가장 강한 반대 의견을 나타냈으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해서는 청년 남성이 더욱 강하게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즉, 젠더 이슈는 존재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반드시 이념적 진보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청년 여성 집단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이 젠더 이슈보다는 안보관과 관련된 대북관 및 통일관에서 자기 평가 이념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일부에서 젠더 갈등을 과장하며 정치적 균열로 해석하는 것이 실증적으로 근거가 부족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분석을 통해 확인된 젠더 내 세대 격차의 실태는 향후 세대 및 젠더 관련 정치 담론에 중요한 자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청년 세대의 이념 성향에 대한 정치적 담론은 세대 내부의 이질성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차이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본 연구가 젠더 이슈 자체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 특정 정책 태도를 이념으로 곧바로 연결시키는 기존의 접근방식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https://doi.org/10.30992/KPSR.2020.06.19.2.5
유튜브: https://youtu.be/Tm5y4PsWZmM
젠더 내 세대격차인가, 세대 내 젠더격차인가?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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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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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의 자기평가 이념과 정책태도 분석 연구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