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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세계 오페라 시장 향한 도약의 발판 마련

서대원 기자 | 2025.11.13 | 조회 43

44일간 대중성과 예술성을 조화시킨 무대…제작극장 중심의 국제 축제로 성장

출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출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2025년 9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44일간 개최된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메인 오페라 4편, 콘체르탄테 1편, 갈라 콘서트 1건을 포함해 총 6건 11회의 메인 공연과 부대행사를 통해 약 2만 3천여 명의 누적 관객과 83%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내외 오페라 시장의 허브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2회를 맞아 '영원(Per Sempre)'을 주제로 예술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강화하는 기획을 선보였다. 개막작 <일 트로바토레>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자체 기획·제작작으로, 강렬한 음악과 무대 연출, 출연진의 열연으로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축제의 서막을 장식했다. 특히 주역 성악가들의 기량과 연기력, 산야 아나스타시아의 에너지는 공연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진 <카르멘>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지역대표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영남오페라단과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이 공연은 전쟁의 폐허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 재해석, 고야·피카소의 미술적 이미지와 결합된 무대 디자인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세 번째 메인 오페라인 <피가로의 결혼>은 ‘글로벌 오페라 인재 육성 프로그램’과 연계해 7개국 17명의 신진 성악가를 캐스팅, 국내외 극장 관계자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해 11명이 해외 무대에 진출하는 기회를 확보했다. 해당 공연은 ‘세계 오페라의 날’ 공식 기념작으로 오페라비전(OperaVision)에서 전 세계로 스트리밍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축제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대구 글로벌 오페라 마켓'의 신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 프로그램은 B2B 중심의 교류 플랫폼으로, 국내외 133개 단체와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해외 8개 극장과의 협력 논의가 진전됐다. 이탈리아 꼬모극장, 푸치니극장,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 등과의 협업 기반을 마련했으며, 총 34건의 1:1 스피드 데이트를 통해 구체적 교류 가능성을 확보했다.

특별공연으로는 시각예술과 오페라의 협업이 눈에 띄었다. ‘숯’의 화가 이배의 작품이 축제 포스터로 활용되며 ‘영원’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해석해 축제 서사의 미학을 확장시켰다. 또한, 창작 오페라 <미인>은 지역 예술가 중심의 제작 시스템을 활용한 한국 초연으로, 콘체르탄테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전석에 가까운 관객 참여를 유도했다. 이는 창작 오페라 개발 사업의 성과이자, 제작극장으로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정체성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는 한·일·중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기획된 갈라 콘서트로, 후지와라가극단(일본), 국가대극원(중국)과의 공동작업으로 구성되었다. 이 공연은 예술을 통한 외교적 상호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무대 위 하모니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폐막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글룩의 명작으로, 수중 무대라는 이례적 연출과 음악적 완성도로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추구해온 예술성과 무대 혁신의 방향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꼽힌다. 해당 작품은 이미 2025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으며, 대구 무대에서도 동일한 찬사를 얻었다.

또한 지역 기반 관객 확대와 오페라 향유 저변 확대를 위해 로비 콘서트와 백스테이지 투어 결합 상품이 진행되었고, 프린지 콘서트는 서울, 부산, 대전, 안산 등지로 확대되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전국 확산을 견인했다. 프리마 델라 프리마, 오페라팬 활동 등 해설·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접근성과 만족도를 높였으며, 객석 점유율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83%를 기록했다.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제작극장 기반의 자립형 콘텐츠 개발, 글로벌 인재 양성, 국제 교류 확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국내 오페라 축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국비 공모사업 연계, 글로벌 마켓 플랫폼 조성, 해외 스트리밍 등 복합형 전략을 통해 예술성과 산업성을 동시에 확보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26년 대극장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오페라 전용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2026년 첫 공연은 광주시립오페라단과의 교류작 <라 보엠>으로 시작되며, <나비부인>, <리골레토> 등의 무대도 예정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축제는 지역 예술기관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동시에, 오페라라는 장르의 사회적, 문화적 파급력을 재확인시킨 계기로 작용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앞으로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오페라 생태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축제 이후의 제도화, 공공지원체계의 지속성 확보, 국내외 협업 구조의 안정화가 과제로 남는다.

정갑균 관장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갖춘 구성과 다양한 국제 교류를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축제가 세계 오페라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향후 오페라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 제고를 통해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