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국민대학교 장한일 교수가 수집한 온라인 설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강박증과 외로움이 정치적 팬덤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며, 팬덤의 정치적 함의를 분석한다. 해당 논문은 2025년 여름호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재되었으며, 팬덤 정치의 확산과 그 심리·사회적 원인을 본격적으로 규명한 국내 최초의 경험적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의 오락화와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정치인의 개인화된 이미지 소비를 촉진하며, 정치적 팬덤의 형성을 낳았다. 노무현,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등 주요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팬덤 커뮤니티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사한 구조 속에서 정치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팬덤 현상이 단순한 감정적 지지 차원을 넘어 인지적 기능장애, 특히 강박증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강박증은 반복적 사고와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심리 증상이며, 이로 인해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이 형성된다. 연구자는 정치적 팬덤이 이러한 집착적 사고의 일환일 수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외로움이 이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조사는 엠브레인을 통해 전국 81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되었다. 정치적 팬덤은 여섯 개 항목(숭배, 일체화, 충실, 투자, 놀이, 팬커뮤니티 참여)으로 구성된 지표로 측정되었고, 강박증은 Padua 질문지의 대표 항목 여덟 개를 활용하여 측정되었다. 외로움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느낄 때”라는 단일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계량화되었다.
회귀분석 결과, 강박증과 정치적 팬덤 사이에는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며(계수 0.095, p<0.01), 외로움과의 상호작용항이 포함된 경우(계수 0.059, p<0.05) 그 영향력은 더욱 증가하였다. 특히 외로움이 심한 경우 강박증의 팬덤 영향력이 두드러졌고, 이는 팬덤이 단순히 정치적 열정이 아니라 심리적 결핍을 보상하려는 경향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적 팬덤이 감정적 지지라는 전통적 설명을 넘어서, 인지적 기능 저하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조건 속에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일부 정치 팬덤은 정치적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비이성적이거나 배타적인 정치참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에 대한 혐오 태도 역시 정치적 팬덤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정치적 팬덤이 특정 정당이나 이념층을 넘어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경험적 분석은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다. 장 교수의 연구는 인지적 기능장애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심리·사회적 조건이 팬덤 정치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주요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정치적 팬덤이 단지 ‘열정’으로만 포장될 수 없으며,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직결될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요소일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향후 관련 연구는 팬덤 현상이 정당정치 및 민주주의 제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규명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논의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논문: https://www.riss.kr/link?id=A109792581
유튜브:
https://youtu.be/HvMyScNFEpU
정치적 팬덤, 강박증, 그리고 외로움: 민주주의는 안전한가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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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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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기능장애와 사회적 고립이 정치적 팬덤 형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출처: 한국정치학회보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