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국악단은 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화요국악무대 ‘허튼가락 산조’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무대는 피리, 해금, 거문고, 대금, 아쟁 등 각기 다른 국악기의 산조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며, 국악단 악장 양성필이 직접 산조의 흐름과 특징을 해설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산조가 조선 말기부터 전승된 민속악의 대표적 기악 독주곡이라는 점에서, 대중에게 전통음악의 구조와 미감을 쉽게 전달하려는 취지가 담긴 공연이다.
산조는 일정한 장단을 기반으로 느린 장단에서 점차 빠른 장단으로 전개되는 구조적 특징을 지니며, 연주자의 기량과 해석이 음악의 전개에 깊이 반영되는 장르다. 조선 말기에 형성된 이후 여러 명인들에 의해 다양한 유파가 만들어졌고, 각 악기별 산조는 그 음색과 연주법에 따라 독자적 표현력을 구축해 왔다. 이번 공연이 산조를 중심으로 기획된 것은 전통 기악 독주 형식을 현대 공연무대에서 재조명하고 국악의 본질적 매력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다.
공연은 피리 산조를 시작으로 해금, 대금, 거문고, 아쟁 순으로 이어진다. 첫 무대인 ‘박범훈류 피리 산조’는 구전 중심으로 전승되던 기존 산조들과 달리 서양 음악 이론의 작곡 개념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구성된 최초의 산조라는 점에서 학술적·음악적 의의가 크다. 전소이 연주자가 피리 특유의 음색과 고난도 연주법을 바탕으로 피리 산조의 기교와 긴장감을 선보인다.
이어지는 ‘김영재류 해금 산조’는 해금의 음색적 변주와 섬세한 주법을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임유리 연주자가 해금 유파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산조 해석을 선보인다. 해금 산조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농현과 미세한 음정 변화를 적극 활용해 감정의 흐름을 표현해 왔으며, 이번 무대에서는 그러한 해금 산조의 본질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대가 구성된다.
‘양성필류 대금 산조’는 지역적 특색이 뚜렷한 경상도풍 메나리조와 호소력 짙은 계면조가 결합된 점이 특징이다. 대구 출신 국악인 양성필이 창시한 산조로, 지역 문화사가 반영된 유파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구슬기 연주자가 대금 특유의 청량한 음색과 깊이 있는 호흡을 중심으로 산조의 흐름을 전개한다.
현악 산조의 첫 무대인 ‘정대석제 거문고 산조’는 거문고의 줄과 괘를 이동시키며 만들어지는 음색 변화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유은결 연주자가 다양한 주법과 기교를 조합해 표현의 폭을 확장시키며, 전통적 가락에 현대적 해석을 더한 연주를 펼친다. 시김새의 폭넓은 변주가 가능한 거문고 산조는 전통과 실험적 해석이 함께 드러나는 장르로 평가된다.
마지막 무대는 ‘박대성류 아쟁 산조’로 구성된다. 아쟁은 활대와 줄의 마찰로 만들어지는 중후한 소리가 특징이며, 산조에서는 다양한 청의 변화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기법이 널리 활용된다. 홍소은 연주자가 산조의 절정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차분하지만 힘 있는 성음으로 완성하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 공연의 특징은 단순히 산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산조의 형성과정, 악기별 특성, 명인들의 전승 배경을 함께 설명하는 구성에 있다. 국악단 악장 양성필이 직접 해설을 맡아 산조의 역사와 음악적 의미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전통 공연예술이 지닌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연예술 향유층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획 방식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공연은 ‘천 원으로 즐기는 해설 있는 국악 공연’이라는 기획 취지를 유지하며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산조 공연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은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국악 공연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단발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유파·악기·창작 산조를 연속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확장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악이 지닌 지역성과 전통성이 현대 관객의 감수성과 만나는 지점에서 지속적 기획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 산조를 현대 공연예술의 문법 안에서 새롭게 배치하기 위해선 음향·무대·해설 등 다양한 구성요소의 조화가 필요하다. 산조가 ‘독주’ 중심의 음악이라는 특성상 음악적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공연 환경 조성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번 무대는 전통적 연주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무대 구성과 해설을 결합해 산조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대구시립국악단의 ‘허튼가락 산조’는 산조라는 전통 기악 형식을 현대 공연무대에서 재조명하며, 국악의 전승과 향유 확대를 시도한 기획으로 평가된다. 특히 악기별 산조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고, 지역 기반 명인의 유파를 소개하는 구성은 지역 문화예술기관의 공공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향후 국악단이 산조뿐 아니라 창작 국악, 융복합 공연 등으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지속적 해설 공연을 정례화한다면 시민의 문화접근성과 국악계 저변 확대 모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전통 국악의 산조, 관객과 다시 만나다
서대원 기자
|
2025.11.17
|
조회 76
대구시립국악단 ‘허튼가락 산조’, 국악기별 산조를 해설과 함께 선보이는 무대
출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