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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채권보장법 개정… 체불임금 대지급금 회수 강제력 대폭 강화된다

박혜신 기자 | 2025.11.11 | 조회 106

국세체납처분 절차 도입 및 연대책임 확대… 기금 재정안정 위한 제도정비 본격화

근로복지공단은 2025년 11월 11일 임금채권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국가가 대신 지급한 체불임금 대지급금의 회수 강제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국세체납처분 절차 도입과 도급사업 관련 연대책임 신설이 핵심이다. 신용정보 제공 의무와 회수전담조직 확충도 병행돼 기금의 재정 안정성과 실효성 제고가 기대된다.

임금체불은 저소득 근로자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구조적 문제다. 이에 따라 국가는 '임금채권보장법'을 통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체불임금에 대해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추후 사업주로부터 변제금을 회수해 임금채권보장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민사절차에 따라 채권을 회수해 왔기에 회수율이 낮고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2024년 한 해 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총 7,242억 원의 대지급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약 92%인 6,694억 원이 간이대지급금 형태였다. 간이대지급금은 도산하지 않은 사업장이라도 체불임금이 확인된 경우 신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2015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이처럼 지급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수 지연과 재정 부담은 누적되어 왔다.

이에 이번 법 개정은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체불임금 회수제도를 대폭 개편하였다. 첫째, 대지급금 회수절차에 국세체납처분의 예를 적용하였다. 기존 민사절차와 달리 국세체납절차는 부동산, 예금 등 재산에 대해 신속한 압류 및 추심이 가능하며, 공적 강제력이 높아 채권 확보와 집행 효율성이 탁월하다. 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절차를 명확히 도입함으로써 대지급금 회수의 실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도급사업에서의 직상수급인과 상위수급인에 대한 연대책임 근거가 신설되었다. 지금까지는 실제 체불을 일으킨 하수급업체가 파산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 상위수급자에게 법적으로 회수 청구를 할 수 없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원도급업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도급 구조 하에서의 체불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회수 강제력 강화 외에도 근로복지공단은 ‘고액채권 집중회수팀’을 설치하고 주요 거점지역에 ‘회수전담센터’를 운영하여 현장 대응력을 높일 방침이다. 더불어 2026년부터는 대지급금 변제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채무불이행 사업주에게 금융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변제 의무를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체불 예방에도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공단은 이미 8,931개 사업장에 안내문을 발송하여 약 20억 원의 변제금을 회수했으며, 향후 제도 시행 전 지속적인 사전안내를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업주의 자발적 상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정보 연계는 한국신용정보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체불임금 대지급금은 도산대지급금과 간이대지급금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파산선고 또는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진 사업장의 퇴직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최종 3개월치 임금과 3년간의 퇴직급여 체불액이 대상이다. 후자는 법원의 확정판결이나 고용노동관서의 확인서를 통해 체불이 인정되면 퇴직자 및 저소득 재직근로자에게 지급된다. 지급 상한액은 도산대지급금이 최대 2,100만 원, 간이대지급금은 퇴직자가 최대 1,000만 원, 재직자가 최대 700만 원이다.

이번 개정은 임금채권보장법상 대지급금의 지급과 회수 구조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급은 증가하고 회수는 지연되는 이중적 구조 속에서 국세체납처분 절차의 도입은 회수율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도급사업의 특성상 책임의 분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회피 문제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는 체불예방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건설현장 등에서는 하수급자의 부실로 인해 발생하는 체불 사례가 빈번한데, 직상수급인에게까지 연대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사전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은 단순히 회수방식의 개선을 넘어, 체불임금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보장 기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가는 최소한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채권을 보장하지만, 이는 기금이라는 제한된 재정 내에서 운영되며, 회수율이 재정 건전성과 직결된다.

향후 국회 및 정부는 이번 개정의 집행성과를 면밀히 평가하고, 필요시 회수대상 확대, 회수조치 자동화, 관련기관 정보연계 강화 등을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 동시에 사업주의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 교육, 자발적 상환 유도책과 함께 사회적 낙인 효과가 불필요하게 과도하지 않도록 제도 운영의 균형도 고려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개정을 기점으로 대지급금 회수율 제고와 기금 안정화를 목표로 관련 제도를 지속 개선할 예정이며, 체불임금 없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 강화를 선언했다. 공공의 최후보장기능과 채무자의 책임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실효적이고 균형 있는 제도 운영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