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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된 양극화, 정서적 양극화의 숨은 촉매

엄기홍 기자 | 2025.06.06 | 조회 17

유권자의 오인된 인식, 실제보다 극단적 양극화를 만들다

출처: 한국정치학회보

출처: 한국정치학회보

이준호와 강우창 연구팀은 2023년 11월 전국 여론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유권자의 정서적 양극화가 실제 차이보다 인지된 차이에 의해 촉발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는 실제 정치적 위치와 인식된 위치 사이의 괴리에서 약 35%의 정서적 양극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국 정치의 극단화는 더 이상 정치권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와 미디어 보도는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전한다. 이 연구는 월터 리프먼이 언급한 ‘머릿속의 그림’과 ‘현실의 장면’의 간극을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적용했다. 정서적 양극화는 단순한 의견 대립이 아니라, 상대방의 ‘극단적’ 이미지가 머릿속에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증폭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사 결과, 한국 유권자의 34%는 상대 정당 지지자들의 실제 입장보다 더 극단적으로 그들을 인식했다. 예를 들어, 복지나 대북정책 등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자신들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훨씬 더 보수적이라고, 국민의힘 지지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오인은 정당에 대한 단순한 반감이 아니라, 실제 정책 입장과 무관하게 형성된 왜곡된 이미지로 드러났다.

이 연구는 특히 ‘인지된 양극화’가 정서적 양극화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을 밝히며, 실제 양극화보다 이 인지된 양극화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와 인지의 간극, 그리고 오인의 역할은 단순한 통계 결과를 넘어, 사회적 오해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엄기홍 교수(경북대)는 이러한 인식의 왜곡이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유사 연구와 비교해보면, 미국 유권자들도 상대방을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집단에 대해서도 오인을 갖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는 당파적 편향과 미디어의 프레임이 결합해 만들어진 복잡한 결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정서적 양극화의 상당 부분이 단순한 의견 대립이 아니라, ‘잘못 그려진 그림’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치와 언론은 이러한 오인을 강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확한 정보를 통해 오인을 바로잡을 가능성도 갖고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오인을 줄이는 정보 전달 방식과 교육적 개입이 어떻게 정서적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과장된 양극화’ 담론을 자제하고,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에 기반한 균형 잡힌 담론을 제시할 때다.

논문: https://doi.org/10.18854/kpsr.2025.59.1.001
유튜브: https://youtu.be/offyeVX4UMA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