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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경찰·지자체 총체적 대응 실패 드러나…정부 첫 합동감사 결과 발표

박혜신 기자 | 2025.10.23 | 조회 15

경비 계획 미수립·현장 미배치·초동 대응 무력…공직자 62명 징계 요구 예정

2025년 10월 23일, 정부는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최초의 ‘정부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과 서울시, 용산구청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감사에서 경찰은 사전 인파 예측에도 불구하고 이태원에 경비인력을 배치하지 않았으며, 용산구청은 재난 발생 직후 초동보고 및 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등 다수의 책임소재가 확인됐다. 감사 결과에 따라 공직자 62명에 대한 징계가 요구될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대규모 군중사고였다. 참사 이후 국회 국정조사와 일부 수사활동이 이루어졌으나,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특히 용산구청은 그간 감사나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으며, 경찰 역시 자체 감찰 후 일부 징계에 그쳤다는 점에서 제도적·행정적 반성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5년 7월 23일부터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경찰청이 참여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TF’를 구성하고 경찰청 본부 및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 서울시청, 용산구청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감사는 사전 대비부터 참사 발생, 후속조치까지 전 과정을 점검한 첫 정부 주도 공식 조사였다.

경찰청 감사 결과,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 집회 대응을 이유로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에는 핼러윈데이 대비 인파관리 계획을 수립했으나, 2022년에는 이를 생략했고, 경비과장과 정보과장 모두 현장 상황을 무시하거나 실무자의 건의를 묵살했다. 서울청장과 용산서장도 보고를 받았으나 아무런 보완 지시 없이 사태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10시 12분까지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되었지만, 경찰은 단 한 차례만 현장에 출동했고 나머지는 조치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 용산경찰서장은 교통 정체로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으나, 참사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파출소에 머물렀고, 서울경찰청장은 자정을 넘어서야 상황을 인지하고 보고했다.

또한 경찰청은 참사 직후 실시한 특별감찰에서 8명을 수사의뢰했지만, 공식 보고서도 없이 감찰을 종료했고, 후속 징계와 관련해 담당 부서 간 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관련 공직자 일부는 징계 없이 정년퇴직했다. 이러한 결과는 후속조치 단계에서도 경찰조직 전반의 관리 실패가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서울시청·용산구청 감사에서는 지방정부의 재난대응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사고 발생 시각에 구청 상황실 근무자 일부는 구청장이 지시한 전단지 제거 작업 중이었고, 압사사고 관련 전화와 중앙정부의 전파 메시지를 받고도 보고 체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구청장은 현장에 도착한 후 2시간 동안 상황판단회의조차 개최하지 않았고, 통합지원본부와 비상소집 결정도 미뤘다.

용산구는 재난 발생 시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할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통합지원본부 운영에도 실패했다. 각 부서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면서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장에 출동한 보건소 의료진도 아무런 임무를 부여받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 역시 체계적이지 못해 실효성 있는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용산구는 관내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 대해 형식적인 점검만을 시행했으며, 소음과 진동 규제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이는 사고 당시 현장의 소음이 군중 간 의사소통을 방해해 사고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서울시와 용산구는 관련 책임자에 대해 징계 없이 퇴직을 허용하거나 특별복무교육 등으로 행정처분을 대체하는 등 비위 처리에도 다수의 문제가 확인됐다.

정부합동감사는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지를 총체적으로 진단한 첫 공식 문서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유족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 실시되었으며, 정부는 공직자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향후 관련 기관은 참사 대응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재난관리 지침의 이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책임자 문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장 대응부터 사후조치까지 전 주기적인 위기관리 체계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점이 이번 감사의 핵심 시사점이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