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영남권 유권자 여론조사와 17~22대 총선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가 영남 지역주의 투표의 성격을 재조명했다. 22대 총선에서 PK지역은 민주당계 정당 지지가 일부 유지되며 탈지역주의 흐름을 이어간 반면, TK지역은 보수 정당 지지가 다시 강화됐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주의 투표의 변화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드러냈다.
영남은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 투표의 주요 균열지로 지목돼 왔다.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은 과거부터 국민의힘계와 민주당계 정당으로 나뉜 견고한 지지 구조를 보였다. 그러나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PK에서는 민주당계 정당이 의석을 차지하는 등 탈지역주의의 흐름이 나타났고, 22대 총선에서도 이 경향이 일정 부분 유지됐다.
22대 총선 결과, PK에서 비국힘계 정당은 6석을 차지해 직전 21대 총선의 7석보다는 감소했으나, 국힘계 정당과의 지역구·비례대표 득표율 격차는 21대와 유사하게 유지됐다. 특히 울산은 진보당의 선전으로 국힘계와 비국힘계의 득표율 격차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TK에서는 22대 총선에서 국힘계의 결집이 강화돼 비국힘계 정당의 의석은 전무했고, 지역구 득표율 격차도 21대보다 확대됐다.
이 연구는 PK와 TK 유권자의 투표결정 요인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PK 유권자는 정권심판론과 민주당에 대한 긍정적 감정, 후보·정당 공약의 적절성에 따라 비국힘계 정당을 선택했다. 그러나 국힘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가진 유권자는 정권심판론에 동의하면서도 국힘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TK 유권자의 경우는 민주당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젊은 연령층에서 비국힘계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동시에 TK 유권자는 국힘에 대한 이념적·정서적 지지가 결합돼 국힘으로 투표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구는 영남 지역주의 투표의 분화와 지속이라는 이중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PK에서는 비국힘계 투표의 유지가 지역주의 해소의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TK에서는 여전히 지역 패권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TK에서는 한미동맹 강화 인식이 국힘 지지의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념적 양극화가 지역주의 투표의 지속성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비국힘계 정당의 지지를 유도하는 제3당의 등장은 PK에서만이 아니라 TK에서도 지역주의 투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비례대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자 PK와 TK 모두에서 국힘-비국힘 간 득표율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2대 총선에서는 이러한 제3당의 영향력이 미약해 TK의 보수 결집을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는 PK의 탈지역주의 흐름과 TK의 보수 결집이 혼재된 22대 총선의 결과가 영남지역의 정치지형 변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PK에서는 정권심판론과 함께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유권자의 이탈이 확인돼 지역주의 약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TK에서는 국힘계 정당의 이념·정서적 결속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해 지역주의 투표의 지속성을 시사한다.
앞으로 지역주의 정치의 변화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정책 평가를 반영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제3당의 역할 강화와 정당의 지역 공약 및 정책 개발이 함께 추진돼야 영남 지역의 정치적 다양성과 대표성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 지역주의 투표, 분화의 움직임과 TK의 보수 회귀 – 22대 총선 사례로 본 지역구도 분석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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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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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PK)의 탈지역주의 흐름과 대구·경북(TK)의 보수 결집… 지역주의 투표의 변동성과 지속성 조명

출처: 한국정당학회보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