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국방대학교 교수는 1936년 라인란트 위기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비교 분석해 억제 실패 후 예상보다 약한 군사 대응이 이루어지는 이유를 규명했다. 기존 억제 이론은 지도자의 결단력 부족 또는 전쟁 비용 우려를 주된 원인으로 지적해왔다. 그러나 본 연구는 ‘즉각적 군사력 투사 능력 부족’이 실제 대응 수위 결정의 핵심 변수임을 실증 자료를 통해 입증했다.
억제 전략은 상대가 공격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보복 의지를 명시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억제가 실패했을 때, 즉 상대가 도발에 나선 이후에도 실제 군사적 응징이 미약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기존 이론은 이를 ‘결단력 부족(lack of resolve)’이나 ‘전쟁 확대에 따른 높은 비용 우려’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실제 의사결정 과정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본 논문은 억제의 신뢰성(credibility)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즉각적 군사력 투사(rapid force projection capability)’라는 변수를 추가했다. 이는 단순히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 보유 여부가 아니라, 억제 실패 직후 지체 없이 해당 무력을 투입할 수 있는 병력과 장비 운용체계를 의미한다. 전면전으로 확전하지 않고도 도발을 즉각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이 억제 실행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연구는 두 건의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 첫째, 1936년 라인란트 위기에서 프랑스는 독일의 비무장지대 재무장을 저지할 강력한 군사적 경고를 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군사 행동은 하지 않았다. 프랑스 참모총장은 “우리 군은 마지노선 방어에 특화돼 있어 소규모 기동부대가 없으며, 대응을 위해선 150만 명 규모 총동원령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신속한 제한적 군사 작전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음을 의미한다.
둘째,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한국군은 북한 포격에 즉각 대응을 약속했으나 실제 반격은 제한적이었다. 일부 자주포가 초기에 파괴됐고, 정밀 타격을 위한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아 예정된 대응 사격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공군 전력 투입도 전면전 확대 위험을 고려해 보류됐다. 결과적으로 ‘즉시 자위권 행사’라는 사전 공언은 실행되지 못했다.
이 두 사례는 지도자의 결단력은 충분했음에도 ‘실행 가능성 부족’이 강력한 응징을 제약했음을 보여준다. 논문은 억제 신뢰성이 ‘보복 의지(will)’뿐 아니라 ‘즉시 행동할 수 있는 수단(means)’에 의해 좌우된다고 결론짓는다. 특히 상대가 기정사실화(fait accompli) 전략으로 국지적 점령이나 단발적 공격을 감행할 경우, 대응 지연은 곧 억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히 무력 규모를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시 즉각적·국지적 대응을 가능케 하는 기동부대, 정밀타격 체계, 전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 지도자의 결단력만으로 억제가 보장되지 않으며, 실행 가능한 군사 옵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대의 도발을 억제하거나 응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억제 전략 평가 기준을 ‘결단력’에서 ‘실행 가능성’으로 확장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향후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억제를 실효성 있게 유지하려면 신속 대응 전력을 포함한 구조적 대비책을 갖춰야 한다. 각국 국방정책과 군사력 배치, 특히 국회 차원의 국방예산 심의와 군사력 운용체계 법제화 과정에서 본 연구의 분석이 참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향후 억제 전략의 법·제도적 개선 논의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도발 억제 실패의 반복을 방지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논문: https://doi.org/10.1111/pafo.12274
유튜브:
https://youtu.be/xNhsIwT-k1E
억제 실패 이후 제한적 군사 대응의 원인, ‘결단력 부족’ 아닌 ‘군사적 실행 가능성 부족’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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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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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1936년)와 한국(2010년) 사례로 본 신속한 군사력 투사 능력의 한계와 억제 전략의 취약성

출처: Pacific Focus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