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25년 7월 23일, 대규모 재난이나 집중호우 등 비상 상황에서 119 신고가 폭주할 경우를 대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응답 시스템인 ‘AI 콜봇’을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긴급 신고를 음성으로 접수하고, 위험도를 판별해 우선 순위를 자동 분류하며, 최대 240건의 동시 접수를 처리할 수 있어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행 119 신고 접수 체계는 총 720개 회선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접수요원이 통화 가능 상태일 때만 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평상시에는 무리 없이 대응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화재나 집중호우 등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동시 통화 요청이 급증해 신고자가 ARS 대기 상태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지체는 초기 대응의 핵심 시간인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큰 장애가 되어 왔다.
서울시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자동 접수시스템인 ‘AI 콜봇’을 2025년 3월부터 시범 운영해 왔다. AI 콜봇은 음성으로 사고 유형과 위치를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사건의 긴급도를 파악해 접수요원에게 자동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동일 지역에서 유사한 신고가 다수 접수될 경우, AI는 이를 단순한 중복 신고로 처리하지 않고, 화재나 붕괴 등 복합 재난으로 판단해 위험성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통합 분석 기능도 탑재했다.
2025년 3월부터 7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시범 운영된 결과, AI 콜봇을 통해 접수된 총 신고 건수는 1만 1,434건이며, 이 중 긴급 분류 신고는 2,250건이었다. 이는 AI가 단순 음성인식 수준을 넘어 긴급도 분류까지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기존 수동 접수 체계에 비해 효율성과 대응 속도 면에서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현 시스템은 긴급신고가 폭주하는 시점에만 AI 콜봇이 작동되지만, 서울시는 향후 ‘AI 기반 재난종합상황정보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체계는 단순 반복적인 민원성 재난 신고-예컨대 도로 침수, 배수 불량 등-에 대해서도 AI가 접수부터 응답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일부 평상시 전화(5개 내외)에도 AI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시범 적용하며, 2026년 하반기부터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응답 체계에 대한 신뢰도 확보를 위해, 초기 단계에서는 AI의 음성응답 내용을 접수요원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이중 감시 체계도 병행된다. 더불어 서울시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력해 행정서비스에서 사용되는 AI 시스템의 안전성과 책임성을 평가하는 ‘AI 신뢰성 검증’ 사업도 병행 추진 중이다. 이는 2026년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에 대비한 선제 조치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앞서 2025년 7월 14일 ‘서울시 AI 기본 조례’를 공포하고, AI 기술의 공공 활용에 있어 시민의 권익 보호와 안전 확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AI 콜봇은 이 조례의 실질적 실행 사례로, 단순 자동화나 업무 보조 수준을 넘어 판단과 대응 기능을 수행하는 ‘고영향 AI(High-impact AI)’로서 주목된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설치된 AI 콜봇 모니터링 장비의 현장 사진(붙임2)에서도 확인되듯, 콜봇은 접수대와 통합된 다중 디스플레이 시스템과 연동되어 접수요원의 실시간 감시와 기록 관리가 동시에 이뤄진다. 시스템은 신고자 음성을 실시간으로 텍스트화하고, 위치 기반으로 상황을 지도상에 자동 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며, 향후 전국 단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기술 활용의 확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AI 콜봇의 전면 도입에는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다. 우선, 긴급한 상황에서 신고자가 기계음성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할 경우, 판단 착오나 정보 누락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응답 알고리즘의 정확성뿐 아니라, 발화 인식률, 배경 소음 필터링 능력 등 기술적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긴급도 판단 기준의 모호성도 문제다. 예컨대 신고자의 말투, 당황한 어휘, 명확하지 않은 위치 설명 등이 AI에 의해 낮은 긴급도로 분류될 경우 구조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
또한 AI가 시민의 민감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판단하는 체계인 만큼, 개인정보보호법과 AI 윤리 기준에 대한 충돌 가능성도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의료적 응급 상황과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의 경우, 자동 판단 시스템이 법적 책임 소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가 강조하는 ‘공공형 생성 AI’ 확대 계획 역시, 민간 AI와의 차별성 확보와 함께 신뢰성·책임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서울시의 AI 콜봇 시범 사업은 기술적 혁신을 행정 서비스에 도입한 대표 사례로, 재난 대응의 효율성과 구조적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크다. 특히 단순 상담을 넘어서 판단·분류·전달까지 수행하는 이 시스템은 향후 ‘AI 기반 긴급대응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기술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 정밀도 확보와, 시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도 설계이다. 서울시가 계획한 평상시 적용 확대와 AI 기반 재난종합상황정보시스템 구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26년에는 전국 최초의 ‘AI 기반 재난관리 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선도 사례를 바탕으로 AI 기본법 시행에 대응하는 정책적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AI의 행정 적용이 기술 혁신을 넘어서 시민 생명을 보호하는 실질적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 AI가 받는 119 신고로 ‘골든타임’ 확보…전국 첫 도입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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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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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콜봇’ 기반 재난신고 시스템 시범 운영…긴급도 판별·현장 자동전달로 신속 대응체계 구축

출처: 서울특별시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