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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공공성 확보 없는 실험인가

육태훈 기자 | 2025.06.14 | 조회 8

아이수루 시의원, 정책 실패 지적…“가사돌봄노동 공공성 강화로 정책 방향 전환해야”

출처: 서울특별시의회

출처: 서울특별시의회

서울특별시의회 아이수루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6월 12일 제331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을 통해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및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돌봄노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번 발언은 서울시와 정부가 공동 추진 중인 외국인 돌봄노동정책이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되며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이루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9월 저출산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인 육아도우미 정책’을 제시하고, 서울시는 이에 따라 2024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2025년 6월부터는 법무부 주관으로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해당 정책은 싱가포르·홍콩 모델을 참고해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인력을 가사노동에 활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러나 아이수루 의원은 이번 정책이 초기부터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시범사업 도입 직후 임금 지급 지연, 업무범위 불명확성, 조기 무단이탈 등 문제가 발생했으며, 필리핀 노동자 2명이 입국 한 달도 되지 않아 이탈한 사례도 언급되었다. 실태조사 결과, △임금 불균형, △업무 모니터링 미비, △중개업체의 권한 남용, △고충 처리 부재 등의 문제가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를 방치하거나 고용노동부 책임으로 돌렸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아이수루 의원은 노동자 권리 침해 사례로 △일상적 통제와 감시, △결사의 자유 제한, △임금 투명성 부족, △자의적 규정 운영을 열거하며, 현장 노동자의 실질적 고통을 강조했다. 서울시가 민간 중개업체 두 곳에 시장 표창을 수여한 사실에 대해서도, 감시·민원 대응 책임 회피와 제도적 개선 없이 표창이 진행된 점은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하여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렴한 외국인력 도입이라는 초창기 구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 인력 수급 방안으로 외국인 활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참고한 새로운 방향 모색을 언급했지만, 당장 시범사업 중단을 고려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수루 의원은 시정질문 말미에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주가사노동자 권리보장 연대회의의 기자회견, 시청 후문 폐쇄 및 방화벽 설치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서울시가 시민사회와의 대화보다 차단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가사노동자 적용 제외 조항을 악용해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보인다며, 유학생과 결혼이민자까지 확대되는 차별적 정책 구조에 대해 경고했다.

아이수루 의원의 이번 시정질문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노동 정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구조적 검토를 요청한 사례로 기록된다. 정책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보호를 중심에 둔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향후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강행할지, 아니면 정책 방향을 전환할지에 따라 국내 돌봄노동정책의 향후 방향이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노동자 권리와 시민의 돌봄권이 충돌하지 않는 공공 돌봄 시스템 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