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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래펀드, 2,727억 원 손실… 역성장 핵심 분야 관리부실 도마 위

육태훈 기자 | 2025.11.06 | 조회 5

왕정순 시의원 “깜깜이 펀드 전락”… 자료 비공개로 의회 감시 무력화 지적

2025년 11월 6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왕정순 시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은 서울시 경제실이 운용한 미래혁신성장펀드에서 2,727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투자된 핵심 산업 분야마저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의원은 특히 펀드 손실에 대한 세부 내역을 ‘비밀유지 조항’을 근거로 비공개한 서울시의 태도가 의회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는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3조 1,460억 원 규모의 ‘미래혁신성장펀드’를 운용 중이다. 이 펀드는 바이오, 스마트시티, 문화콘텐츠, 4차산업 등 전략 산업 분야에 자금을 투자해 서울시 경제의 구조 전환을 촉진하고, 신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서울비전2030펀드’는 고용 창출과 창업 활성화 등 사회적 파급 효과를 도모하는 기금이다. 그러나 왕정순 의원이 제기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펀드들이 실제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부 분야에서는 역성장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는 미래혁신성장펀드의 ‘바이오’ 분야다. 해당 분야에 투자된 210개 기업의 투자 전 매출은 7,904억 원이었으나, 투자 이후 7,635억 원으로 감소해 총 269억 원(-3.4%)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펀드 내 7개 주요 투자 분야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사례다. 더불어 서울비전2030펀드에서 집중 지원한 ‘첨단제조’ 분야 역시 고용 측면에서 역성장을 보였다. 37개 기업에 투자됐으나, 고용 인원은 투자 전 1,469명에서 투자 후 1,461명으로 8명이 감소해 -0.5%의 고용 감소를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왕 의원은 “서울의 미래 먹거리로 전략적 투자 대상이 된 핵심 산업 분야에서조차 성과가 하락한 것은 서울시의 펀드 운용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용사의 역량 부족과 서울시의 감독 부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는 미래혁신성장펀드에서 총 2,727억 원의 감액(손실)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투자기업의 실적 부진, 자본잠식, 휴폐업 등이 주요 사유로 제시되었으며, 이는 전체 펀드 투자금 중 약 8.7%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정작 어떤 운용사가 어떤 기업에 얼마를 투자했고, 어떻게 손실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세부 내역은 비공개됐다. 서울시는 ‘모태펀드 기준규약 제16조(비밀유지)’ 조항을 근거로 상세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왕 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감시 기능을 수행할 권한이 있다”며 “조합 내 비밀유지 규약은 조합원 간 내부 약속일 뿐, 지방의회의 정당한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조 원의 시민 혈세가 투입된 사업임에도 손실 원인조차 파악할 수 없다면, 이는 사실상 ‘깜깜이 펀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왕 의원은 “벤처펀드 특성상 회수기간이 길어 단기 실적만으로 운용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2,700억 원 이상의 손실과 산업 역성장이 동시에 발생한 상황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핵심 분야의 성과 저조와 대규모 손실에 대해 명확한 원인 분석과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왕 의원은 “특정 운용사에 부실 투자가 집중됐을 가능성이나 투자 심사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서울시가 그에 대한 검토와 분석을 통해 향후 정책 방향과 개선안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검토 없이는 의회와 서울시가 실효성 있는 투자 정책을 논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과정에서 비공개 규약을 이유로 피투자 기업명과 손실액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의회 측은 “공익적 목적과 시민 알 권리를 고려할 때, 비공개 기조를 고수하는 것은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감시 권한이 단순히 형식적 권한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자료 공개 원칙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드러난 서울시 펀드 운용의 부실과 불투명성은, 향후 서울시의 투자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회가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한 서울시의 입장과 관련하여, 지방의회의 감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 논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왕정순 의원은 “서울시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와 함께 책임 있는 행정을 수행해야 한다”며, 향후 후속 보고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시의회는 이에 대한 후속 질의와 자료 요구를 지속할 예정이며, 시민 혈세의 책임 있는 운용을 위한 견제 기능 강화 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