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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2026년 예산안 ‘석과불식’ 기조 선언… 민생 우선·낭비 지출 차단

육태훈 기자 | 2025.11.03 | 조회 66

최호정 의장, 제333회 정례회 개회사서 예산 기조·정부 정책 비판·교육 현안 진단

서울특별시의회는 2025년 11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제333회 정례회를 열고, 약 63조 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 심의와 행정사무감사, 시민청원 등 총 219건의 안건을 다룬다. 최호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내년도 예산 기조를 ‘석과불식’으로 명시하며 민생과 안전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엄격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고, 서울시교육청의 무책임한 자퇴생 통계 부재와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 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특별시의회는 2025년 정례회를 마지막으로 제11대 의회의 임기를 마무리하며, 약 63조 원 규모의 2026년도 서울시 및 교육청 예산안을 심의한다. 이번 회기에서는 총 219건의 안건이 상정되었으며, 이 가운데 의원 발의 166건, 서울시장 제출 39건, 교육감 제출 13건, 시민청원 1건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은 51조 5,060억 원, 교육청은 11조 4,773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최호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석과불식(碩果不食)’을 내년도 예산 기조로 제시하며, “필요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출은 엄정히 걸러내고, 민생과 시민 안전에는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울시의회의 예산 심사 철학이 단순한 절약이 아닌 ‘미래 세대에 빚이 아닌 희망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발언이다.

서울시의 글로벌 위상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최 의장은 서울이 ‘세계도시 종합경쟁력지수’ 6위, ‘글로벌 MZ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1위, ‘행복도시’ 6위, ‘창업하기 좋은 도시’ 8위 등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5 글로벌 도시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도시 전망 순위에서 독일 뮌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도시의 현재 경쟁력을 따지는 지수에서는 아직 12위에 머무르고 있어, “기업하기 좋고 행정은 효율적이지만 시민이 살기에는 팍팍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장은 이러한 도시의 이중적 현실을 직시하며 ‘서울런’, ‘외로움 없는 서울’, ‘디딤돌 소득’, ‘미리내집’, ‘9988 프로젝트’ 등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책들이 시민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실질적인 정책과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좋은 사람이란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의회의 역할이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가장 강한 어조로 비판된 대상은 중앙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었다. 최 의장은 해당 대책을 “유례없는 혼선의 정책”이라며 여덟 가지 문제점-① 소통 부재, ② 경제 자유 제한, ③ 거래절벽, ④ 월세 급등, ⑤ 내 집 마련 기회 박탈, ⑥ 공급부족, ⑦ 정책 일관성 결여, ⑧ 공감 결여-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발언이나 “15억 원이면 서민 아파트”라는 표현은 시민 정서와 괴리된 발언이라며 정부가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해 대책을 시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주요 현안이 집중 조명됐다. 교육청이 내년 세입 감소로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하는 비상조치를 취하면서도, 인건비 증가는 오히려 전년 대비 4.8%로 상승했으며, 그중 교육공무직 인건비는 13% 증가, 사립학교 교직원 인건비도 6.1% 증가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최 의장은 “재정이 어려운 만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민 눈높이에 맞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자퇴생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이 관련 통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강하게 질타되었다. 최 의장은 “학생들이 대입 불이익을 우려해 자퇴를 선택하는 상황임에도, 교육청은 내년에야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학생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당국의 현황 파악 부재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 보호 장치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사의 정치적 표현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활동 확대에 앞서 교육 중립성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의장은 “사회적 합의 없이 이를 성급히 완화한다면 교육 현장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제2의 인헌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제333회 정례회는 11월 3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행정사무감사(11월 4일~17일), 시정 및 교육행정 질의(11월 18일~21일), 상임위 및 예결특위 예산 심의(11월 24일~12월 22일), 본회의(12월 16일, 12월 23일) 순으로 진행된다. 최호정 의장은 회기를 마무리하며 “2025년 남은 시간도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이번 정례회는 제11대 서울시의회의 사실상 마지막 회기이자, 향후 지방의회 예산심의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과불식’이라는 상징적 예산 기조를 중심으로, 민생 투자와 재정 건전성의 균형,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 교육 현안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