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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문화유산 규제 완화 조례 대법 최종 승소

육태훈 기자 | 2025.11.06 | 조회 5

지방의회 자치입법권 인정… 과도한 문화재 규제 개선 계기

2025년 11월 6일, 서울특별시의회는 문화유산 규제 완화와 관련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이 대법원에서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해당 조례는 국가지정유산 반경 100m 밖 지역에 적용되던 건축 규제를 삭제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이를 무효라 주장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시의회가 최종 승소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시민의 재산권과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문화재 규제의 재검토를 가능케 한 중요한 전례로 평가된다.

해당 조례 개정은 2023년 9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김규남 의원의 대표발의로 가결됐으며, 같은 해 10월 서울시장이 공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외곽 경계(국가지정유산 반경 100m) 밖 지역에 대해서도 건축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규제를 적용하던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조례 개정 당시 서울시의회는 해당 규정이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에 근거 없이 포괄적·추상적 규제를 가능케 한다며, 과잉 규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은 조례 개정이 문화재청장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문체부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조례 개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주요 쟁점은 조례 개정이 상위법 위반인지 여부와, 문화재청과의 협의가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인지에 집중되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이번 판결에서 “서울시의회가 조례 조항을 삭제하며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법령우위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문화재청의 동의 없이도 지방의회가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를 개정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의 범위를 재확인한 판결로, 2년 넘게 이어진 법정 다툼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이었다.

해당 조례의 배경에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불편이 존재했다. 특히 풍납동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은 문화재 반경 밖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건축 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를 받아왔다. 김규남 의원은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삶이 우선”이라며 “이번 판결이 주민 재산권 보호와 과도한 규제 완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례 개정이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과 시민의 생활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입법 행위였다고 강조한다. 최호정 서울시의회의장은 “대법원이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을 넓게 인정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하며, 이는 지방의회법 개정 논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평가했다. 또한 “문화재 보호와 규제 개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를 만드는 데 서울시의회가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기존 ‘문화재 보호조례’를 폐지하고 2024년 5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의 유효성을 확고히 하며,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이외 지역에 대한 자의적 규제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문화재로부터 일정 거리 바깥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협의나 규제를 강제하는 기존 방식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문화재 관련 정책에서도 지역 특성과 시민 권익을 우선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입법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는 물론 타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문화유산 규제 완화 조례나 조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향후 문화재 행정의 주요 흐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가 승소함으로써 지방의회 자치입법권이 재확인됐고, 과잉 규제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졌다.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지방의회의 입법 자율성이 보다 넓게 인정될 것으로 보이며, 문화재 규제의 범위와 방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판결은 문화재 보호라는 공공 목적과 시민의 권익이라는 사익 간 균형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서울시의회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자치입법이 가능하다’는 판례를 기반으로, 보다 적극적인 도시 정책과 규제개혁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