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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원 “강경대응” 외침…전장연 향한 공권력 우선주의의 한계

서대원 기자 | 2025.05.21 | 조회 4

시민 교통권과 장애인 인권이 충돌할 때, 서울시의회는 과연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서울시의원 “강경대응” 외침…전장연 향한 공권력 우선주의의 한계

출처: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 문성호 의원(국민의힘, 서대문2)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역사 점거 시위와 관련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문 의원은 지난 5월 13일과 20일, 시청역에서 이뤄진 전장연의 점거 시위를 규탄하며, 서울교통공사 직원에 대한 폭행과 시민 통행권 침해가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발언과 대응 기조는 장애인 인권 운동의 본질을 왜곡하고, 공공정책에 있어 실질적 조정자 역할을 방기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장연은 오랜 시간 서울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선전전과 시위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통행 불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해당 시위는 단순한 ‘무단 점거’가 아닌,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장애인 복지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환기시키는 사회운동으로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문성호 의원의 보도자료는 이 같은 맥락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문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욕설, 폭언, 발길질, 할퀴기 등으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폭행을 당했다”며 전장연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수차 요청했는데도 무시됐다”며, 이는 전장연이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더 나아가, 경찰의 소극적 대응까지 문제삼으며 “천룡인 같다”(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무소불위귀족 계급을 일컫는 말)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같은 강경 일변도의 언설은 장애인 단체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확대할 위험이 크다. 특히 “전장연이 아니라 타 단체, 비장애인 단체가 그랬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변명성 논거는 ‘형평성’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질적 고려를 배제하려는 경향으로 읽힌다. 형식적 평등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현실적 불평등을 외면하고, 오히려 사회적 배제를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문 의원은 시위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뒤로한 채 “본래의 목적이 퇴색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체가 천명한 요구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시위 방식만을 문제 삼는 태도다. 하지만 이동권 투쟁은 단발적 목적이 아닌, 제도적·구조적 개선을 위한 지속적 실천의 일환이다. 즉, ‘퇴색’이 아닌 ‘지속’의 문제로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기본권 충돌 상황에서 조정자로서의 의무를 지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 서비스의 유지와 약자의 표현의 자유가 충돌할 경우, 단순한 단속이나 경고보다, 중재·조정의 제도화가 핵심이어야 한다. 특히 서울시는 수년간 전장연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일방의 ‘교섭 결렬’ 선언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또한 문 의원이 강조한 “직원 폭행” 부분도 사실관계를 더 정확히 따져야 한다. 폭행이 사실이라면 마땅히 수사 절차가 이뤄져야겠지만, 공사 직원과 시위 참가자 간의 물리적 충돌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일방적 가해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전장연 전체를 '폭력 단체'로 간주하는 태도는 정치적 프레이밍으로 보일 수 있다.

이처럼 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장연의 시위를 ‘무단 점거’, ‘폭력 행위’, ‘집단 소란’ 등으로만 규정하고,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모든 교섭은 결렬되며, 강경대응만이 답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치인의 책임 있는 중재자 역할보다는, 갈등을 선명히 양분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장연은 드러누워 떼쓰듯 말하지 말고 대화부터 배워야 한다”는 발언은 장애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 결여를 드러낸다.

이번 사안은 단지 시위 방식의 정당성 여부를 넘어서, 서울시의회가 장애인 권리 확대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서울시의 장애인 이동권 정책의 현재 수준이나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발표는 오는 지방의회 상반기 평가를 앞두고 보수적 유권자층을 겨냥한 ‘강경 메시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문 의원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으로서, 공공교통 정책 전반에 책임 있는 입장에 있지만, 이번 보도자료는 정책적 대안보다는 정무적 메시지에 가깝다. 공공 갈등 상황에서 ‘질서’만을 외치는 방식은 일시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 가능한 정책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서울시의회는 시민 교통권과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두 헌법상 권리가 충돌할 때, 단순히 한쪽에 ‘강경 대응’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중재와 정책 조율 방안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문성호 의원의 입장 발표는 시위의 방식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제도권이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향후 서울시의회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이나 예산 확대 등 실질적 개선책을 논의할지 여부가 향후 갈등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