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발표된 박민서 교수의 연구는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작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는 국내외 플랫폼 정책 분석, 300명 대상 통제실험, 12명 전문 창작자 대상 실천연구를 결합한 혼합연구 설계를 통해 진행되었으며, AI 보조가 개인 창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집단 다양성을 저해하는 ‘개인 향상-집단 수렴’의 역설을 규명하였다.
생성형 AI의 발전은 콘텐츠 제작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 인간의 상상력과 노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던 창작 활동은, 이제 대규모 언어 모델과 이미지·음악 생성 도구의 도움을 받는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지니는 동시에, 창작 주체성의 약화, 표현의 획일화, 그리고 사회적 창의성의 저하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연구는 기존 연구들이 간과했던 다층적 상호작용과 구조적 제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첫째, 플랫폼의 알고리즘 규칙과 보상 구조는 특정 유형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함으로써, 창작자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음을 비판적 담론분석을 통해 밝혔다. 특히 전체 플랫폼의 78.3%가 모호한 ‘품질 기준’을 내세우며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3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통제실험에서는 AI 보조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창의성 점수는 유의미하게 상승하였으나, 결과물의 다양성은 현저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AI가 공저자로 참여한 조건에서는 창의성 점수가 가장 높았지만, 결과물의 다양성은 46.2% 감소하였다. 이 같은 현상은 AI가 제안하는 의미 공간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개별 창작자의 사고 폭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프롬프트 전략의 개입은 이같은 집단적 수렴 현상을 일부 완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표준 프롬프트보다 다양화된 프롬프트를 활용할 경우, 결과물의 의미론적 거리와 어휘 다양성이 각각 60.8%, 27.6% 증가하는 등 창의적 표현의 폭이 넓어지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로써 AI 활용의 효과는 기술 자체보다도 사용 전략에 크게 의존함이 입증되었다.
넷째, AI 보조 환경에서 창작 주체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출처 투명성과 책임 귀속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함이 드러났다. C2PA 기반의 메타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창작자의 책임감, 협업 의향, 자기효능감이 각각 30~40%가량 증가하였다. 이는 창작 과정의 명확한 기록과 투명성이 개인의 주체성 회복에 실질적 기여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12명의 전문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실천연구에서는 숙련된 창작자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능동적 협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의도적 통제’와 ‘아이디어 확산’ 전략을 통해 창작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창의성과 주체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효과적임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실증 결과들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C.A.R.E.’ 프레임워크를 제안하였다. C.A.R.E.는 공동의도(Co-intent), 알고리즘 다원주의(Algorithmic pluralism), 반성적 순환(Reflexive loop), 윤리 및 증거 기반(Ethics & Evidence)의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며, 창작 주체성을 인간AI-플랫폼 생태계 내의 관계적 조율 역량으로 재개념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의 도입이 창작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집단적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과 협업하는 파트너로 간주하고, 그 사용 방식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즉 ‘관계적 주체성’-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교육과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향후 입법과 규제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고려될 수 있다. 첫째,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해 AI 생성물의 출처 표기 의무화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으며, C2PA 같은 메타데이터 시스템의 도입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이 요구된다. 셋째, 공정한 수익 분배와 창작 다양성 보장을 위한 플랫폼 규제 방안 역시 논의되어야 한다.
생성형 AI 시대에도 인간 창작자의 주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혁신을 넘어 인간 중심의 가치와 균형을 이뤄내는 체계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그 방향성을 이론과 실증 양 측면에서 동시에 제시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학술적, 정책적 기여가 크다고 평가된다.
논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43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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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시대, 창작은 더 똑똑해졌지만 덜 다양해졌다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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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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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보조는 개인 창의성 향상시키나, 결과물은 집단적 수렴 양상... ‘C.A.R.E.’ 모델로 해법 모색
출처: Oughtopia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