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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회마다 달라지는 국회의원 이념, 발언으로 본 실제 모습은?

육태훈 기자 | 2025.05.29 | 조회 42

회의록 텍스트 분석으로 드러난 19·20대 국회의 상임위원회 간 이념 격차와 그 결정 요인

출처: 연구방법논총

출처: 연구방법논총

조은미 외 연구진은 2024년 가을, 19대·20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하여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념 성향과 위원회 간 이념 격차를 정량적으로 측정하였다. 이 연구는 텍스트 스케일링 기법 중 하나인 ‘워드피쉬(Wordfish)’를 활용하여 기존 표결 중심의 분석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상임위 발언을 통해 의원의 정치적 태도를 입체적으로 추적한 최초의 시도 중 하나다. 연구 결과, 상임위 간 이념 격차는 개인의 이념 강도, 선수, 성별, 위원장 여부, 지역구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실질적인 법안 심의와 정책 논의가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동일 의원이라도 상임위별로 서로 다른 정책 분야를 다루게 되며, 발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존 NOMINATE 방식이 회기 내 표결을 기준으로 의원 이념을 일차원적으로 측정했다면, 이번 연구는 상임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해 정책 영역별 이념 변화를 포착하려 했다.

연구진은 19대와 20대 국회의 상임위원회 회의록 70만 건 이상의 발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위원회별·의원별로 정제한 후 워드피쉬 모형을 통해 이념 점수를 도출하였다. 특히 두 개 이상의 상임위에 소속된 의원을 중심으로, 각 상임위에서의 상대적 이념 위치(세타값) 차이를 측정하여 ‘이념 격차’를 산출했다. 회귀분석 결과, 의원의 ‘이념 강도’가 클수록(즉, 진보든 보수든 극단적인 성향일수록) 상임위 간 이념 격차는 작았고, 선수와 남성 여부, 위원장직 수행 여부, 영남·호남 지역구 의원일수록 격차가 컸다.

구체적 사례도 눈길을 끈다. 예컨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중립적인 발언을 했으나, 국방위원회에서는 보다 강한 보수적 태도를 드러내 큰 이념 격차(4.8)를 보였다. 반면 같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의원은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모두에서 일관된 진보 성향의 발언을 유지해 이념 격차가 거의 없었다(0.01).

전반적으로 이념 강도가 낮고 중도 성향인 의원일수록 상임위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관성 부족’이라기보다 정책 영역별 맥락에 따른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재선 가능성 확보나 정당 내 입지 구축 등 정치적 동기와도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연구는 위원장이라는 제도적 위치가 발언의 중립성을 유도하는 반면, 일반 위원으로서 활동할 때는 개인 이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상임위원장직을 수행한 의원들의 경우, 다른 상임위에서의 이념적 발언 편차가 뚜렷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 분석을 통해 기존의 W-NOMINATE 기반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했다. NOMINATE는 회기 내 이념을 고정된 점수로 간주하지만, 상임위 발언 기반 워드피쉬 점수는 의원의 이념이 정책 영역에 따라 다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정량화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도 큰 기여를 한다.

본 연구는 상임위원회 회의록을 활용해 국회의원의 ‘맥락 속 이념’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의정 분석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특히 의원의 발언을 통해 드러나는 이념 유연성은 단순한 일관성의 문제를 넘어, 국회 내 전략과 정치적 역학, 그리고 입법 설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에는 소위원회 수준으로 분석 범위를 확장하거나, 의원 개개인의 커리어 궤적과 발언 이념 간의 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추적하는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논문: https://doi.org/10.21487/jrm.2024.11.9.3.33
유튜브: https://youtu.be/J3W77H0Uqa8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