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호 Korea Observer에 게재된 권혁용(고려대), 임유진(강원대) 교수의 공동연구는 박근혜 정부 시기 시행된 기초연금제도의 도입 배경을 분석하며, 보수정당이 선거 경쟁에서 핵심 지지층인 노인을 겨냥한 복지 확대 전략을 채택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연구는 2003년~2017년의 한국 정당정치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의 실제 동인을 관료가 아닌 정당의 선거 전략으로 규명한다.
기초연금은 2007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에 의해 최초로 공약화되었고,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월 최대 20만 원을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본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보완적 제도로 제안되었으나, 실제 도입 과정에서는 보수정당의 선거 전략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주장이다.
논문은 한국이 ‘발전국가’ 전통 속에서 복지 확대보다는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고, 사회복지 정책도 주로 관료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기존 논의와 결을 달리한다. 대신, 본 연구는 정치 주체, 특히 보수정당이 고령 유권자를 핵심 지지층으로 삼고 이들의 투표율과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해 기초연금 도입에 적극 나섰다고 설명한다. 특히 2007년 총선과 2012년 대선에서는 복지 공약이 노인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선거에서 실제 효과를 거두었다는 증거도 제시된다.
연구진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기존 기초연금을 두 배 확대하겠다고 제안한 데 맞서,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전 국민에게 월 20만 원 지급”이라는 명확한 슬로건을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사후 설문조사에서는 박 후보의 공약이 철회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지지를 철회했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전체 지지자의 약 8%에 달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유권자의 사회경제적 필요에 기반한 정책 설계라기보다, 정당의 지지층 유지를 위한 ‘분배 정치(distributive politics)’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논문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유사한 정치경제 구조를 지닌 아시아 국가들-인도네시아, 일본, 대만 등-에서도 선거 경쟁이 복지정책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한국의 기초연금 제도가 단순한 복지 확대 정책이 아니라, 선거 경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기존 복지국가론에 도전한다. 향후 한국의 사회복지 논의에서 정당의 선거 전략과 지지층 기반 분석은 제도 설계의 필수 고려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연구는 또한 정치인의 복지 공약이 ‘공약과 이행 간 불일치’(over-promising and under-delivering)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지속가능성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논문: https://doi.org/10.29152/KOIKS.2023.54.3.385
유튜브: https://youtu.be/_NdOq6YhHIc
보수정당이 이끈 기초연금: 선거 경쟁이 바꾼 복지정책
육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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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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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의 노인복지 확대는 선거 전략인가? 한국 기초연금 도입 과정을 통해 살펴본 정당 정치와 분배정책의 관계

출처: Korea Observer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