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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방식, 중앙정부 아닌 지자체가 결정해야

육태훈 기자 | 2025.07.05 | 조회 4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 집행 자율권·현금 지급 검토 촉구…운영비 과다·기존 시스템 무시한 중앙 집중 방식 비판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은 7월 4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제2차 추경에 편성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집행 방식에 대해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 55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 중 상당 부분이 비효율적으로 편성되어 있으며, 현금 지급이 행정 효율성과 소비 효과 양면에서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정부가 2025년 제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추진 중인 대표적 경기부양 정책 중 하나로,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소비목적 쿠폰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급재원은 전액 국비로 충당되며, 총 30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패키지 가운데 핵심 예산으로 배정되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실제 집행방식을 둘러싸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역할 배분, 행정비용 과다, 지급수단의 효율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의 몫은 재정 지원에 한정돼야 하며, 세부적인 집행 수단과 방식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쿠폰을 나눠주는 데에만 550억 원의 별도 예산이 소요되고, 그중 91억 원이 신규 시스템 개발에 사용될 예정인데 이는 2020~2021년 코로나 시기 구축한 시스템을 무시하고 다시 개발하는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비쿠폰 신청 접수 및 안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446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범부처 태스크포스(TF) 운영 및 시스템 구축에 103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 구축 예산은 지방정부가 이미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과 경험을 무시한 중복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 의장은 “정부가 어차피 집행은 지자체에 맡길 예정이라면 결정권도 함께 넘겨야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지급 수단의 선택권도 지자체에 위임돼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된다. 정부는 현재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등을 중심으로 지급방식을 검토 중이나, 최 의장은 현금 지급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만 200억 원의 부대비용이 추가되며, 지급까지 1~2주일이 소요되는 반면, 현금 지급은 하루 만에 집행 가능하고 별도 시스템 없이 진행할 수 있어 행정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과거 2020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의 경험에 근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에 따르면, 현금을 수령한 가구의 94%가 실제 소비에 사용했으며, 주요 사용처는 식료품, 생활용품, 보건의료비 등 생활필수 영역에 집중되어 있어 소비쿠폰의 정책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이 곧바로 소비로 전환된다는 경험적 데이터는 비효율 우려를 기우로 보는 근거가 된다.

한편 지역별 특성과 행정 여건에 따라 동일한 시스템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는 광역교통망, 다양한 지급 인프라, 방대한 행정 인력 등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도서·산간 지역이나 중소도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행정 구조와 협소한 네트워크에 기반한 운영이 유리할 수 있다. 지급방식의 다양성과 유연성이 확보돼야 신속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권 부여는 정책 설계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정책은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입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집행 주체와 방식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 재조정이 요구된다. 최호정 의장을 비롯한 지방의회 측은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 집행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련 법령의 정비 또는 국비 보조사업 운영지침의 개정을 통해 정책 집행 권한이 분산된다면, 보다 지역 친화적이고 효율적인 복지정책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안은 중앙-지방 간 권한 배분 문제의 새로운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