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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패권 경쟁과 세계 거버넌스의 분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모델의 충돌

엄기홍 기자 | 2026.03.11 | 조회 9

AI 규범과 기술 표준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새로운 전선

출처: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출처: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1세기 국제정치에서 인공지능(AI)은 단순한 혁신 기술을 넘어 경제 경쟁력, 군사력, 국가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AI 기술 자체뿐 아니라 AI를 어떻게 규제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연구는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가 서로 다른 AI 거버넌스 모델을 형성하며, 이러한 경쟁이 국제 규범과 제도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분석한다.

21세기 들어 AI 기술은 경제 성장과 군사력, 사회 통제 능력까지 좌우하는 전략 기술로 부상하였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AI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AI 기술 개발뿐 아니라 AI 거버넌스 체계를 둘러싼 경쟁도 국제정치의 핵심 쟁점이 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제 표준, 규범, 제도 형성 과정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경쟁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정치 체제 간 경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개인의 권리 보호와 투명성을 중심으로 AI 거버넌스를 설계한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가 주도 개발과 사회 안정 유지, 그리고 주권 보호를 중심으로 AI 정책을 추진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정책 선택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 체제의 제도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민주주의 AI 거버넌스 모델의 대표적 사례는 미국이다. 미국은 다중 이해관계자 참여 구조를 강조하며 정부, 기업, 시민사회, 학계가 함께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한다. 또한 개인 권리 보호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설명 가능성, 책임성, 공정성 등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접근은 헌법적 권리 보호와 선거 기반 책임성이라는 민주주의 제도에서 비롯된다.

반면 중국의 AI 거버넌스 모델은 국가 주도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공산당 조직을 중심으로 AI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며, 국가 전략 목표에 맞춰 기술 개발과 산업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 특히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AI 혁신 중심 국가가 되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AI는 경제 성장뿐 아니라 사회 관리와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이러한 체제 차이는 국제 거버넌스 경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첫 번째 변화는 국제 표준 설정 과정에서의 경쟁이다. 과거에는 기술 표준이 전문가 중심 합의 방식으로 결정되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기술 표준을 제안하며 경쟁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규제 접근 방식의 분화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개인정보 보호와 투명성을 강조하는 규제를 강화하는 반면,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가 주권과 기술 개발 속도를 우선하는 정책을 채택한다. 이러한 차이는 AI 규제 모델의 국제적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국제 협력 구조의 변화이다. 전통적으로 AI 거버넌스는 OECD, UN 등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논의되었지만, 최근에는 가치 기반 소규모 협력체가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G7 히로시마 AI 프로세스와 같은 협력체는 민주주의 국가 중심의 AI 규범을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 디지털 실크로드와 상하이협력기구 등을 통해 별도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 AI 거버넌스가 단일 체계로 통합되기보다 복수의 체계로 분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쟁은 국제 협력 구조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는 기술 표준과 규범이 분열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AI 안전성이나 기술 연구와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협력이 가능하다. 따라서 AI 거버넌스는 완전한 분열이나 완전한 협력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이 연구는 AI 거버넌스가 단순한 기술 정책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 질서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체제 간 경쟁은 AI 기술뿐 아니라 규범, 제도, 국제 협력 구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국제사회는 단일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보다 복수의 제도와 규범이 공존하는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중요한 전략적 과제를 제시한다. 기술 공급망, 국제 표준, 규제 모델 선택에서 어느 한 진영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국제 협력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복합적 전략이 요구된다. AI 시대의 국제질서는 기술 경쟁과 체제 경쟁이 결합된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형성될 것이다.

📄 논문: https://doi.org/10.22883/kjda.2026.3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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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