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일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기반 전력화 전략을 비교 분석하고, 이에 따른 한국의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이 연구는 조직, 속도, 데이터, 규범이라는 네 가지 분석 틀을 통해 두 국가의 AI 전력화 방식이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설명하며,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제도적 설계와 전략적 추진 체계 전반에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함을 지적한다.
이 연구는 미·중 간 AI 기반 국방 전력화 전략을 단순한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경쟁이 아닌 플랫폼, 규범, 동맹, 표준 등 다층적인 차원의 경쟁으로 규정한다. 미국은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CJADC2)’와 ‘Replicator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민간 기술 생태계를 활용한 분산형·개방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반면 중국은 ‘지능화 전쟁’이라는 담론을 통해 전략지원부대와 군민융합 체제를 기반으로 한 국가 주도형 AI 전력화를 전개하고 있다.
조직 측면에서 미국은 민간 기업, 연구기관, 군이 네트워크 형태로 결합한 ‘생태계형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CJADC2라는 합동지휘통제 체계 아래 각 군의 분산된 AI 운용을 통합하고자 한다. 반면 중국은 전략지원부대(PLASSF)와 정보지원군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지휘통제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전장 각 부문에서 AI 기능을 일괄적으로 운영하는 집중형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속도와 배치 규모 측면에서는, 미국은 Replicator 프로그램을 통해 저비용 무인체계의 빠른 대량 배치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윤리적 심사 및 제도적 통제 장치로 인해 실제 구현 속도는 느린 편이다. 반대로 중국은 군민융합 정책을 통해 민간 기술을 신속히 군사화하고 있으며, 대량 배치 측면에서도 빠른 진행을 보이고 있으나, 민간 부문과의 구조적 분리로 인한 지속 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운영에 있어서도 양국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Open DAGIR’과 같은 데이터 표준화 플랫폼을 구축했으나, 데이터 보안 등급 차이로 인해 상호 운용성에 제한이 발생하고 있다. 알고리즘 개발과 테스트는 별도의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 역시 복잡한 승인 체계가 병목으로 작용한다. 반면 중국은 내수 기반의 방대한 데이터를 국가가 직접 수집·통제하며, 신속한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학습 체계나 시험 검증(TEVV)의 독립성 측면에서는 취약점이 존재한다.
규범 및 통제 방식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근본적으로 상반된 접근을 취한다. 미국은 2012년 제정된 DoD Directive 3000.09와 2023년 발표된 AI 윤리 원칙 등을 바탕으로, 모든 무기 체계에 대해 테스트·검증·인증(TEVV)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오작동·오판단에 대한 대비책이자 신뢰 확보 수단이지만, 동시에 전력화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이러한 규범보다 실용성과 전략적 우선순위를 앞세우며, 상대적으로 규범 형성보다는 외부 규칙의 차단 및 내재화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한국이 단순히 어느 한 국가의 모델을 모방하기보다는, 한국 상황에 맞는 절충적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속도와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규범과 국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중견국형 전략 설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조직 운영과 데이터 활용에서의 통합성과 자율성 간 균형, 규범 구축과 기술 적용 간 적절한 트레이드오프 설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AI 기반 국방 전략은 단순히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윤리·조직 등 전방위적 설계와 조율이 필요한 종합 전략 사안이다. 미·중의 전력화 전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은 국제 협력과 자율적 기술 개발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이 연구는 향후 한국 국방 정책과 입법 방향에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강화되어야 하며, AI 기술 도입에 따른 법적·제도적 인프라 정비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미·중 AI 전력화 경쟁 속 한국형 전략 수립의 과제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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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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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속도·데이터·규범 측면의 비교 통해 한국의 선택적 대응 필요성 제기
출처: 국가안보와 전략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