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미 박사(국회미래연구원)의 논문은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과학기술 협력의 양상을 바꾸고 있는 현실을 집중 조명한다. 이 연구는 ‘협력’과 ‘경쟁’이라는 과학기술외교의 이중성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외교가 글로벌 과학기술망의 재편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과학기술외교는 이제 단순한 협력을 넘어 강대국 경쟁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다. 냉전시대에도 과학기술은 국가 간 영향력 경쟁의 주요 수단이었지만, 최근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방 연구기관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의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 협력의 ‘진영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논문은 과학기술외교의 개념과 발전을 먼저 정리한다. 과학기술외교는 과학기술이 외교정책의 자문과 협력을 넘어서, 외교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특히, ‘외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Diplomacy)’과 ‘과학을 위한 외교(Diplomacy for Science)’라는 두 축으로 설명된다.
주목할 부분은 미중 양국이 이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동맹 강화와 기술 패권 유지를 위해 과학기술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반도체법과 첨단기술 수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G7이나 쿼드 등 다자협력을 통해 중국의 기술 부상에 대응한다. 반면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우며, 일대일로 등을 통한 개발도상국과의 협력 확대에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글로벌 과학기술망을 재편하는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협력이 아닌 ‘진영화’의 경계가 흐려지고, 과학기술은 안보 및 경제 패권의 결정적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에게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기술외교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된다. 과학기술의 외교적 활용은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국제질서 속에서의 국가 위상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간 과학기술외교의 ‘협력’과 ‘경쟁’은 종종 혼재하며, 상황에 따라 동맹관계와 기술주도권 확보라는 목적이 얽혀 있다. 과학기술외교가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역동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은, 향후 과학기술 협력의 성격과 범위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향후 미중 간 과학기술외교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구도로 기술패권 경쟁을 정당화하며, 동맹을 기반으로 기술 규범을 선도하려 한다. 중국은 기술표준 구축과 인재유치 전략을 강화하며 대응한다. 이러한 경쟁은 국제사회에서 과학기술 협력의 진영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복잡한 환경에서 독자적인 과학기술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외교와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보가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의 국익은 과학기술의 글로벌 협력망과 외교안보적 목표를 어떻게 통합할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논문: https://doi.org/10.14731/kjir.2022.12.62.4.57
유튜브: https://youtu.be/w8CXCNj3KXY
미중 전략경쟁과 과학기술외교: 협력과 경쟁의 경계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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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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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과학기술외교 경쟁이 촉발한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망의 재편

출처: 국제정치논총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