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준 미·중 관계는 직접적인 군사 충돌 없이 전략 경쟁을 지속하며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연구는 기존 냉전 또는 패권 전이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미·중 경쟁의 특징을 역사적 ‘전간기 경쟁’의 틀에서 분석하였다. 군사, 경제, 전략 세 영역에서 실증적으로 미·중 관계의 구조를 검토한 결과, 전간기 경쟁의 세 가지 핵심 특성이 현대 미·중 관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연구는 최근까지도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 영향력 있는 두 가지 이론적 접근-패권 전이론과 신냉전(New Cold War) 논의-이 현대 미·중 관계를 해석하는 데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출발한다. 패권 전이론은 쇠퇴하는 패권국(미국)과 부상하는 도전국(중국) 간 충돌을 불가피하게 보는 반면, 신냉전론은 미·소 냉전기의 권력 균형과 이념 경쟁 구도를 미·중 관계에 그대로 적용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양 접근 모두 미·중 간의 권력 비대칭성과 전면전의 부재, 경제 상호의존성이라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총력전, 냉전, 전간기 경쟁이라는 세 가지 강대국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 GPC) 유형을 역사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 틀을 구축하였다. 각 유형의 핵심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력전은 직접 군사 충돌과 전면적 동원, 대규모 인명 피해를 동반하는 극단적 형태이며, 냉전은 권력의 균형, 간접 충돌(대리전) 및 정보전이 특징적이다. 반면 전간기 경쟁은 군사 충돌의 부재, 경제 상호의존성과 점진적 탈동조화, 군비 증강과 기술 발전이 공존하는 저강도 경쟁이다.
이러한 분류를 바탕으로 최근 미·중 관계는 군사, 경제, 전략 세 영역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군사 영역에서는 한국전쟁, 대만해협 위기 등 과거에 비해 양국 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사라졌고, 1970년대 화해 이후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나 대리전, 핵 위협 등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훈련이나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의 긴장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는 상징적 행동에 머물고 있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미·중은 여전히 세계 최대 무역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제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하지만 동시에 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 5G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이후 시작된 관세 전쟁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구하며 ‘CHIPS and Science Act’를 비롯한 기술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제14차 5개년 계획’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기술 자립을 추구하고 있다.
셋째, 전략 영역에서는 상호 정보전과 군사적 확장 경쟁이 뚜렷하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 RCEP, AIIB 등 자국 주도 다자경제체제를 확대하는 한편,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화, 대만 무력 시위, 인도 국경 분쟁 등을 통해 지역 패권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쿼드(Quad), IPEF, 오커스(AUKUS) 등 동맹 네트워크를 재편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견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일본, 한국, 필리핀, 베트남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전통적 안보 동맹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한 결과, 이 연구는 현대 미·중 관계가 전간기 경쟁의 세 가지 주요 특성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첫째, 군사 충돌의 부재와 절제된 전략 경쟁, 둘째, 경제 상호의존성 하의 점진적 분절화, 셋째, 군비 확장과 기술 발전의 가속화가 그것이다. 반면, 냉전의 핵심 요건인 권력 균형과 이념 대립, 대리전의 존재는 미흡하거나 부재하며, 총력전의 조건은 전혀 충족되지 않는다.
이 연구는 미·중 관계를 둘러싼 과잉 해석과 위기 담론에 경계심을 촉구하며, 정확한 현실 인식을 통해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을 열어야 함을 강조한다. 과거 전간기 경쟁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전례는 경고의 메시지로 기능한다. 그러나 현재 미·중 간에는 상호 억제력과 경제적 상호의존이라는 안전장치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로 인해 무력 충돌로의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낙관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닌 갈등 완화와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담론과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연구는 전간기 경쟁이 총력전으로 전환된 역사적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이를 미·중 관계의 미래 예측 모델에 적용하는 시도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구조적 유사성에 대한 분석이 반복되는 비극을 피하기 위한 경고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치적 상상력과 학술적 정교함이 결합되어야 할 시점이다.
논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434307
유튜브:
https://youtu.be/YcX-ISQg7Eg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lUxoen
미·중 관계, 전간기 경쟁의 재현인가
엄기홍 기자
|
2025.11.10
|
조회 90
총력전도, 냉전도 아닌 ‘제한적 경쟁’의 구조…확전 없이 고조되는 갈등의 본질 분석
출처: Oughtopia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