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하원의장 선출과 해임이 반복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14대 의회 이후 공화당에서는 계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하원의장직이 더 이상 안정적인 당직으로 간주되지 않는 상황이다. 2023년 케빈 맥카시 의장의 해임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례다. 이종곤 이화여대 교수는 112대부터 118대 의회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통해, 미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조망했다.
하원의장은 미국 의회에서 입법일정과 위원회 구성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원의장 선출과 해임이 잦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이를 ‘최소필요연합(minimum necessary coalition)’ 개념으로 설명한다. 과거에는 과반수 확보만으로 충분했던 하원의장 선출이, 이제는 반대 계파의 이탈까지 감안한 보다 넓은 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0년대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당내 이념 분화가 뚜렷해졌다. 공화당 내 ‘프리덤코커스’는 당권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주류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114대 의회에서는 베이너 의장의 리더십에 반발하며 해임안을 제출했고, 118대 의회에서는 케빈 맥카시 의장을 결국 해임시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중도 계파인 청견민주가 낸시 펠로시 의장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으나, 이는 지도부와의 권력 다툼이라기보다는 보수적 지역구에 대한 선거 전략 차원이었다. 실제로 펠로시는 자신의 임기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중도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고, 이후 규칙 개정을 통해 해임안 요건도 강화하였다.
논문은 회귀분석을 통해 정당별 반대표 원인을 비교했다. 공화당은 프리덤코커스 소속 여부와 하원의장과의 이념 격차가 반대표와 유의미하게 연결됐고, 민주당은 지역구의 보수성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공화당에서는 당내 권력경쟁이, 민주당에서는 선거 전략이 주요 변수로 작동함을 시사한다.
케빈 맥카시의 해임 이후 공화당은 차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도 내홍을 겪었고, 그 결과 비교적 무게감이 덜한 마이크 존슨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 역시 극우 성향 의원들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대로 민주당은 내부 동질성이 점차 강화되며 리더십 갈등이 감소하는 추세다.
의장직 리더십이 흔들리는 원인은 제도 밖에 있지 않다. 제도적으로 막강해진 하원의장 권한을 견제하고자 하는 계파 정치가 구조적으로 결합되면서, 선출 과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계파 확장을 통해 프리덤코커스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의장 선출과 해임을 둘러싼 분쟁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주당은 계파 약화와 내부 정비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리더십 유지를 꾀하고 있다. 정당 정치와 의회 제도의 복합적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시그널로서, 하원의장 선출 절차는 앞으로도 주목할 정치 제도임이 분명하다.
논문:
https://doi.org/10.56115/RIAS.2024.6.33.2.1
유튜브: https://youtu.be/OsdwUpwMXSw
미국 하원의장, 더 이상 ‘형식적 선출’ 아니다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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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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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민주 양당 모두 리더십 불안정… 배경엔 계파 갈등과 선거 전략

출처: 국제정치연구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