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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ISDS 취소절차에서 한국 정부 ‘완승’…4,000억 원 배상책임 전액 소멸

박혜신 기자 | 2025.11.19 | 조회 94

ICSID 취소위원회, 정부 취소신청 전부 인용…절차규칙 중대한 위반 인정하며 론스타의 청구 전면 기각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의 판정 취소절차에서 한국 정부가 최종 승소했다. 2025년 11월 18일 ICSID 취소위원회는 정부가 제기한 취소신청을 전부 인용하고, 론스타 측 취소신청은 전부 기각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원 판정에서 정부에 부과됐던 약 4,000억 원 상당의 배상책임이 소급 소멸됐다. 또한 취소위원회는 론스타가 정부의 소송비용 약 73억 원을 30일 내 지급하라고 명령해 소송비용까지 환수하는 결과를 얻었다.

론스타 사건은 한국 ISDS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투자분쟁으로, 2012년 제기된 후 약 13년간 여러 정부를 거쳐 대응이 이어진 장기 사건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 및 과세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약 46.8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2022년 8월 선고된 원 판정에서 이 중 95.4%가 기각됐고 약 2억 1,650만 달러만 인정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국 정부는 납득할 수 없는 중대한 절차상 위반이라고 판단해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협약은 판정 취소사유를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중재판정부 구성의 흠결, 권한유월, 중재인의 부패, 절차규칙의 중대한 위반, 이유불비 등 다섯 가지 사유가 해당한다. 따라서 판정 취소는 ‘2심’ 성격이 아니라 판정 자체가 ICSID 기준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정부는 원 판정이 절차적 적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고, 취소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가 문제 삼은 핵심은 원 판정이 대한민국이 당사자가 아닌 별건 I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주요 근거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중재 절차에서 가장 핵심적인 ‘적법절차(Due Process)’를 침해하는 요소로, 정부는 변론권·반대신문권이 박탈된 중대한 절차규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취소위원회는 이 주장을 인정하며 ICC 판정문을 근거로 금융위원회의 위법행위와 국가책임을 인정한 원 판정은 중대한 절차위반을 내포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원 판정 중 정부 배상책임이 인정된 부분은 연쇄적으로 모두 취소됐다. 금융위의 승인 지연이 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한 의도적 행위였다는 원 판정의 일부 판단도 절차적 위법성에 기반하고 있어, 해당 논리 전체가 무효가 되었다. 이는 론스타 측 청구가 모두 무력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2023년 7월 론스타 측은 자신들 패소 부분에 대해 취소신청을 별도로 제기하며 관할권 오판, 절차상 권리 박탈, 이유불비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취소위원회는 론스타의 모든 취소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정부 주장만 인용했다. 이는 ISDS 취소절차에서 한국 정부가 완전 승리를 거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취소위원회는 비용부담 원칙(costs follow event rule)을 적용해 패소자인 론스타가 정부의 소송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취소절차에서 정부는 ISDS 전문 로펌과 협력해 방대한 기록과 증거를 검토하며 소송비용을 엄격히 통제해 수십억 원을 절약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약 73억 원이 정부에 환수된다.

이번 승소는 한국 정부가 약 6조 9,000억 원 규모의 배상청구를 저지했을 뿐 아니라, 원 판정에서 인정된 약 4,000억 원의 배상책임도 모두 소멸시킨 성과다. 특히 ISDS 취소절차는 본안 판단을 다시 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승소가 어렵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은 국제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국제투자중재 절차의 기준을 강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론스타 사건의 주요 경과도 이번 판정의 의미를 강화한다. 2012년 11월 중재 제기 이후 ICSID 판정부 구성, 서면공방, 구술심리 등 다단계 절차가 이어졌고, 정부는 2023년 판정정정 결정을 통해 배상원금이 약 2억 1,601만 달러로 감액되도록 만들었다. 이후 2023년 12월 취소위원회는 정부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론스타의 강제집행을 모두 중단시켰으며, 이후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서면공방과 런던 구술심리가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2025년 11월 판정 취소결정이 선고되면서 절차가 종료됐다.

론스타 측은 금융위의 승인 지연이 부당하며 이는 BIT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 판정에서도 HSBC 매각승인 지연은 1976년 한-벨 BIT가 적용돼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됐고, 과세 처분 관련 대부분 쟁점도 관할권 부재 또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정됐다. 론스타가 주장을 유지한 가장 큰 쟁점은 2012년 하나금융 매각승인 지연이었다. 다만, 소수의견에서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론스타 자체의 기여과실이 크다는 점을 인정해 원 판정은 감액 판단을 내렸으나, 취소절차에서 이 판단의 근거가 된 절차위반이 인정되면서 전체 구조가 무너졌다.

이번 결정은 국내 행정기관의 책임 문제와도 연관된다. 금융위의 승인 과정이 국제중재에서 국가책임의 근거로 악용되지 않도록 절차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강조했다. 취소위원회의 판단은 국가기관의 규제권 행사에 있어 적법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의미도 지닌다.

또한 정부는 정보공개법과 ICSID 절차명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판정문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SDS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과거 폐쇄적이라고 비판받던 국제중재 절차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시사한다.

이번 론스타 ISDS 취소절차 승소는 국제중재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거둔 가장 상징적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판정 취소라는 극히 제한된 절차에서 적법절차 위반을 입증해 승소한 만큼 향후 한국 정부의 국제분쟁 대응역량은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신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건은 외국인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사건관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으며, 향후 다른 ISDS 사건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번 승소 이후 추가적인 정보 공개, 비용 환수 절차, 대외 협의 등을 이어가며 국익을 보호하는 후속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