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국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중국의 이념적 입장을 반영하는 사건으로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정부는 기술 자립화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며 AI 생태계에 대한 개입을 강화했고, 이는 개발자 구성과 데이터 접근성, 알고리즘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시진핑 집권 이후 강화된 온라인 공간의 이념 통제는 생성형 AI가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의 범위를 법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연구는 딥시크의 사례를 통해 중국의 생성형 AI가 어떻게 국가 이념을 내재하게 되었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중국은 오랜 기간 기술을 실용주의적·비이념적 도구로 간주해 왔다. 개혁개방 이후 기술은 서구로부터 수입되거나 내부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인공지능 분야 역시 공정성과 비차별을 중시하는 국제적 규범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접근되어 왔다. 그러나 2025년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딥시크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반복하거나 민감한 질문에 응답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념적 편향을 드러냈다. 예컨대 달라이 라마나 대만 문제, 천안문 사건 등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아예 응답을 회피하는 방식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딥시크의 편향은 우연이 아닌 체계적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딥시크의 이념화 원인을 대외적·대내적 요인으로 구분해 분석한다. 먼저 대외적으로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민주적 가치의 반영을 강조하며, 중국을 권위주의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고성능 반도체 수출 제한 등 기술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전략목표로 설정하고, 인공지능을 국가 핵심기술로 규정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정부는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재 양성을 병행하며 중국 중심의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딥시크는 이러한 생태계에서 등장한 대표 사례다. 중국 정부는 기업 내부에 당 위원회를 설립하거나 ‘황금주’ 방식으로 의사결정에 개입하며 기업 통제를 강화해 왔다. 동시에 2010년대부터 천인계획, 만인계획 등을 통해 젊은 과학기술 인재를 대규모로 양성하였다. 이들 개발자는 딥시크 알고리즘의 설계와 학습 데이터 구성에 영향을 미치며, 중국적 가치가 내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또한 중국의 인터넷은 폐쇄적 검열 체제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이로 인해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 역시 정치적으로 선별된 콘텐츠에 기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딥시크는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하고 중국식 세계관을 반영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응답하게 된다.
대내적으로는 시진핑 집권 이후 강화된 이념 통제가 핵심 배경으로 작용한다. 시 주석은 2014년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제시하며, 국가 안보의 핵심을 정치 안정-즉 공산당의 집권 유지-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공간은 이데올로기 투쟁의 최전선으로 간주되며, 정부는 사이버 여론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2021년 제정된 「데이터 보안법」, 2022년 발표된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 2023년 제정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잠정 조치」 등은 생성형 AI의 훈련, 배포, 응답 방식 전반에 이념적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있다. 이 조치들은 AI 응답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며, 정식 서비스 등록 전에는 반드시 보안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딥시크는 이러한 제도적 틀 안에서 개발되었기에 표현 가능성과 응답 범위가 근본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예컨대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하거나 국가 분열을 암시하는 질문에 대해 응답을 회피하거나, 정부 입장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딥시크가 단순한 기술 도구가 아니라 중국의 이념 통치를 기술적으로 수행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딥시크는 기술이 국가 이념의 전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이다. 중국은 기술을 통한 정치적 통제를 제도화하며,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첨단 기술 영역까지 자국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포섭하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경향이 향후에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딥시크 이후 약 400여 개 이상의 생성형 AI 모델을 공식 등록하였으며, 이들 모두 동일한 법적 규제와 개발 환경 아래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사회 여론 형성과 가치관 재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범용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식 이념이 기술에 내재된 상태로 전 세계에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가 정부 검열을 복제하고 이념 통제의 확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분석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논문: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3253161
유튜브:
https://youtu.be/L9mPNQAhMXo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lUxoen
딥시크 쇼크 그 이후: 중국 인공지능의 이념화, 어디까지 왔나
엄기홍 기자
|
2025.10.20
|
조회 48
기술 중립성에서 이념 통제로…딥시크를 통해 본 중국 AI의 정치화 과정
출처: 세계지역연구논총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