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 이재명, 이준석, 김문수, 권영국 후보는 정치개혁과 외교안보를 주제로 열띤 공방을 벌였다. 5월 27일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요 정치개헌안과 외교전략이 논의됐으나, 각 후보의 도덕성과 이념 성향, 사법리스크에 대한 상호 검증이 주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후보 간 발언 충돌과 시간양도 논란, 특정 인물 사망 사건까지 거론되며 토론의 공적 의제가 본질에서 벗어났다.
이번 토론회는 대선 정국의 분기점으로서, 정치제도 개혁과 개헌 방향을 놓고 각 후보의 비전을 확인할 기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토론 초반부터 ‘호텔 경제학’ 인용 논란을 계기로, 토론은 경제 철학의 출처 문제를 넘어 사상 검증과 이념 공격으로 확산됐다. 이준석 후보는 이 후보가 인용한 루카스 자이제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의 사상을 방어 논거로 제시한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해당 사례는 한국은행 책자에도 소개된 경제 흐름 설명”이라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준석 후보는 당내 당헌 개정 문제와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정당성과 책임성을 집중 추궁했다. 이재명 후보는 “검찰의 강압 수사와 조작 기소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직접 지시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이화영 부지사 등의 실형 판결과 관계자 사망 사건 등을 근거로 “이 후보의 리더십과 청렴성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 논의에 있어서는 각기 다른 접근이 부각됐다. 이재명 후보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대통령 거부권 제한 등 다방면의 개정 방향을 제시했고, 권영국 후보는 ‘시민 개헌’, 즉 불평등 해소, 기후위기 대응, 차별금지 등을 핵심 조항으로 강조하며 헌법의 시대적 갱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토론은 개헌 논의를 넘어서 정치적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전직 보좌진 및 관련 인물들의 사망 사건을 열거하며 ‘괴물정치’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이에 대해 권영국 후보는 “이념 논쟁이 아닌 정책과 비전 중심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개입을 시도했으나, 이내 김문수 후보와의 논쟁으로 확대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논쟁은 치열했다.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 및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 병행, 평화안보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100억 대북송금 연루설’을 제기하며 “미국 입국 제한까지 거론될 수 있는 외교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는 외교통일국방 일원화를 통한 안보부총리제 신설, 방산협력 확대를 주장하며 ‘설계하는 동맹’을 강조했다. 권영국 후보는 국방 내 민간통제 강화, 방첩사령부 해체, 모병제 도입 등을 통해 시민 중심의 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엄기홍 교수(경북대학교)는 이번 토론에 대해 “실질적 정책 검증보다는 도덕성 공방과 과거 행적에 대한 폭로성 발언이 난무했다”며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책 정보는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외교안보라는 고도의 전문성과 전략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사적 발언과 인신 공격이 중심이 된 점에 우려를 표했다.
토론회의 본래 취지인 정책 및 비전 검증은 이념 공격과 법적 책임론에 가려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향후 남은 선거운동 기간 각 후보의 공약 이행 가능성과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며,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의 발언 제한 기준 강화와 토론 규칙 엄정 적용이 요구된다. 특히, 사법 리스크와 내란 책임 등 고강도 비방이 재차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대선 토론이 건설적 논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국민적 감시가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대선 마지막 토론회] 대선후보 4인, 정치개혁·개헌 공방…‘내란 책임’과 ‘사법 리스크’ 쟁점 부각
박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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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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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간 정책·비전 검증보다 이념·도덕성 공방 집중…헌법개정 및 외교안보 현안 논쟁 격화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